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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구멍에 큰 둑이 무너진다

▲ 이선재 전북도 소방본부장
화재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언제 어디에서 불길이 솟구쳐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30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발생한 서문시장 4지구는 2015년 화재안전진단에서 안전 판정을 받았으나 멀티탭과 콘센트 등 위험성이 있는 전기시설 부분에서 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실제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 원인을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 이루어진 한 조사에 따르면 4지구는 632개 점포당 하나씩의 소화기와 스프링클러, 화재 감지기를 갖추고 있었고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 전통시장은 노후 건물의 구조적 문제와 포목, 의류 등 급속도로 불에 타는 화학 섬유류가 많아 불길이 빠르게 확대될 우려가 높다. 4지구처럼 각종 소방설비를 갖추고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더라도 공간적 특성 때문에 큰불로 번지기 쉽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우수한 소방설비 보다 전통시장 상인의 화재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통시장 화재의 절반 이상이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다. 상당수 전통시장에서 노후화 된 전기시설을 사용하거나 임시 배선 등을 사용해 화재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1930년대 미국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하버트 월리엄 하인리히는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1:29:300’ 법칙을 밝혔다. 재해가 발생해 중상자 1명이 나오면 이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은 중대한 재해는 재산손실이나 인명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사건·사고로 인해 초래된다는 이론으로 중대한 재해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및 사고를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과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징후가 나타난 경우가 많았다. 인명피해는 근본적인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우수한 소방시설은 화재 발생 시 피해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피해를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고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에 있다.

 

‘바늘 구멍에 큰 둑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작은 변화나 사소한 징후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하인리히 법칙의 역발상이 필요한 때다.

 

전라북도 소방가족들도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살피고, 소의 우직한 걸음처럼 신중하게 대응하는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안전한 전북 실현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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