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도시발전 전략, 지역 정체성 찾기부터 / 전통문화·음식 등 차별화된 자원 세계화 모색을
전주시는 최근 용역을 통해 지속가능한 글로벌 관광도시 조성의 밑그림을 내놓았다.
전주시 종합관광발전계획은 ‘가장 한국적인 미래 관광 중심도시 전주’를 슬로건으로 한(韓)문화의 거점 도시, 관광객과 시민이 행복한 관광도시를 목표로 설정했다. 또 △한옥마을 글로벌 브랜드 제고 △융복합형 창조관광 육성 △시민 친화형 생활관광 기반 육성 △글로벌 관광서비스 환경 조성 등의 전략도 수립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전주 전망타워 건립과 미래농업 테마파크 조성, 마을 관광 육성, 미식 세계대회 개최 등이 포함됐다.
전주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한(韓)스타일과 왕도문화·전통문화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파리·로마와 견줄 수 있는 품격있는 관광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시는 또 에코시티와 효천지구 등 도시개발지구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앞서 전주시는 사람 중심의 친환경 생태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세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전주시의 도시발전 전략은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라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과 맞물린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
도시의 브랜드 슬로건은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 비전, 그리고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뉴욕과 파리·암스테르담 등 세계적인 도시들은 차별화된 지역의 특징과 메시지를 담은 슬로건으로 도시 이미지 홍보에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전라북도의 브랜드 슬로건은 ‘한국 속의 한국 생동하는 전라북도’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전통문화와 자연 자원에 강점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특화 전략을 추진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한국문화의 뿌리는 쌀 문명이며 전북은 도작 문화의 중심지로 한국문명의 전통을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다.
또 전주의 브랜드 슬로건은 ‘사람의 도시, 품격의 전주’, 군산은 ‘드림 허브(Dream Hub) 군산’, 익산은 ‘어메이징(Amazing) 익산’, 남원은 ‘춘향 남원, 사랑의 1번지’, 완주는 ‘다 함께 열어가는 으뜸 도시 완주’다.
도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주요 도시들이 브랜드 슬로건을 앞다퉈 내세우고 있지만 무엇을 강조하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거나 모호한 슬로건도 적지 않다. 전북지역 도시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의 정체성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슬로건이 함께 바뀌는 것도 문제다. 지역의 정체성과 추구하는 정책 방향에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가치 발굴·재창조를
세계적인 녹색 생태도시로 유명한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베른트 달만(Bernd Dallmann) 경제·관광공사(FWTM) 대표는 “한국과 중국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온다”면서 “우리의 경험을 다른 도시에서 활용해 주길 원하지만, 도시마다 여건과 추구하는 방식이 다른 만큼 시민의 합의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의 공감대를 토대로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콘텐츠와 전략을 찾아 시민의 힘으로 끌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 창출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제가 적지 않다.
전주의 대표적 문화관광 자원인 한옥마을의 정체성 찾기도 시급하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상업화 논란 속에 양적 팽창을 거듭했지만 정작 전통문화 콘텐츠는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옥마을 정체성 찾기에 나선 전주시는 우선 논란에 휩싸인 꼬치구이 가게 퇴출에 나섰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신규 진입을 허락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전주를 찾는 해외 관광객들이 가장 한국적인 맛과 멋의 도시에서 정갈한 한정식 대신에 국적 불명의 길거리 음식인 꼬치구이를 기억에 남겨야 하는 실정이다. 하드웨어 확충을 넘어 이제는 한옥마을에 지역 고유의 정신(전주정신)을 접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지난 10월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2016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 포럼’에서는 전주의 전통음식 비빔밥의 세계화를 위해 각국에 홍보할 수 있는 ‘비빔밥 공동 웹사이트’를 개발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전북연구원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를 K-Food(한식) 세계화의 국내 거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정부가 K-Food 세계화를 내세웠지만 지나치게 해외 진출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외래 관광객들의 수요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통문화 도시 전주에 한식 연구개발 및 지원, 생산, 소비, 관광이 통합된 복합단지를 조성해 K-food의 국내 거점이자 국가 차원의 랜드마크로 조성하자는 주장이다.
● 이종혁 광운대 교수 "주민 공감하는 지역 고유 가치 찾아야"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민이 공감하는 자부심을 기반으로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 지역의 고유 가치를 찾아야 합니다.”
이종혁 광운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는 “도시 브랜드는 결국 시민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구호성 도시 브랜드가 아닌 공동체의 합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콘셉트를 미래지향적인 브랜드로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물리적인 시간의 변화 속에서도 본질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자산과 스토리를 발굴해 소통해야 한다”면서 “전통을 중시하고 그 가치를 지켜가면서 옛것을 창의적으로 재생하는 문화도시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일 프라이부르크와 같은 해외 특정 도시를 무작정 벤치마킹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역공동체의 동의를 토대로 한 체계적 실천 전략이나 중·장기 로드맵 없이 특정 도시를 모델로 하는 것은 그 도시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따라 하기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서 이 교수는 ‘거리문화가 살아있는 도시’를 강조했다. 관광의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골목길 등 일상 속에서 관광객들이 주민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자산과 콘텐츠에 대한 시민의 자부심이 도시 브랜드의 가치를 창출하고 유지하는 기반”이라며 “주민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지역문화를 만들고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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