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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기록한 사람들 63인의 사진전' 연 오준규씨 "촛불 든 모두가 역사의 주인공"

천안함 1주년 때도 사진전 / 페이스북 통해 참가자 모집 / 전국 집회 현장 담긴 160점 / "전시 도와준 분들께 감사"

▲ 전국 촛불집회 현장을 촬영한 ‘촛불을 기록한 사람들 63인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5일 전주 향교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감상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전주시 완산구 교동 26-3번지 전주향교가 후끈 달아올랐다. 꽃피는 봄날에 열리는 촛불 집회 사진전, 그 뜨거웠던 촛불의 향연을 보며 관광객들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난달 25일 전주향교에서 ‘촛불을 기록한 사람들 63인의 사진전’의 막이 올랐다. 전북에서 열린 첫 시민 중심 촛불 집회 사진전으로 이달 말까지 한 달여간 진행되는 사진전은 전국에서 63명의 시민이 직접 집회에 참여해 현장에서 찍은 사진들로만 채워졌다.

 

봄비 내리는 5일 오전 찾아가 본 전주향교에는 마당을 중심으로 오른편 건물 처마 아래에 여러 장의 사진이 붙여진 백색 목판이 일렬로 줄지어 있었다. 총 163점의 사진에는 서울 광화문과 전주 충경로 사거리 등 전국 주요 촛불집회지를 배경으로 촛불과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전주향교를 구경 온 관광객들은 사진을 보더니 “여기 광화문 같은데? 충경로사거리도 있고, 어머 여기는 남고산성 정상에서 탄핵 퍼포먼스를 벌였네.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새록 새록하다”고 말했다.

 

이날 사진전은 사회복지사 겸 사진작가 오준규 씨(47·전북장애인복지관 근무)가 기획했다. 오 씨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난달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촛불 사진전’에 참가할 시민들을 모집했다.

 

“서울 광화문 집회에 10회, 전주 집회에 4회 차가운 광장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민주주의 평화와 헌정질서 유지가 중요하다는 데 감명을 받았죠. 촛불을 들고 현장을 기록한 사람들 모두가 역사의 주인이고 주체라고 생각해 시민 중심의 사진전을 기획했어요.”

▲ 오준규씨가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여느 사진전과 달리 촛불을 기록한 사람들에게는 ‘심사’과정이 없었다. 그래서 63인의 참가자들은 전주와 익산, 군산 등 전북을 비롯해 서울과 대전, 경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자신이 담은 촛불집회 현장의 모습을 출품했다. 이들의 자발성과 순수성은 160여 점의 작품 가운데 70%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라는 점에서 엿볼 수 있다.

 

오 씨는 “어떤 참가자께서는 ‘제가 찍은 사진도 전시될 수 있느냐’라고 질문해 ‘당연히, 당연히 된다’고 답했다”며 “그러나 너무 많은 사람이 문의전화를 걸어왔고, 참가자가 60명이 넘어 사진을 정리하는 것도 큰 일이었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장소대관은 물론, 전시 등을 도와준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오 씨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한옥마을 안에서 비바람과 햇빛을 막아 줄 곳을 생각해 전시회 장소를 전주향교로 선택했다”며 “장소를 허락해준 전주향교운영위원회, 인화와 전시 등을 함께 도와준 분 등 전시회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이 많다”고 감사를 전했다.

 

오 씨는 천안함 1주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도 사진전을 열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간직한 진도 팽목항도 찾았지만, 차마 그 곳에서는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고 한다.

 

오 씨는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의 모습 앞에서 차마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었다”며 “조용히 그들의 빨래를 모아 세탁 봉사를 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사람은 기록을 남기고, 기록은 역사를 만든다”고 말하는 오 씨는 “가을에는 사회복지사가 중심이 된 사진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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