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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재정위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 곽승기 전북도 예산과장
얼마 전 시·군 공무원들과 함께 지방재정 관련 글로벌 벤치마킹을 위해 스페인에 다녀왔다. 스페인은 투우와 축구에 열광하는 정열의 나라다. 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가 설계해 100년이 넘게 짓고 있는 성가족 성당과 구엘 공원, 세계 3대 성당중의 하나인 세비아 대성당, 몬세라도 베네딕트 수도원, 그레코·벨라스케스·고야 등 3대 거장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프라도 미술관, 이슬람과 가톨릭 양식이 공존하는 알함브라 궁전 등은 말로만 들어도 당장 가보고 싶은 곳들이다. 특히 산티에고 순례길은 종교가 없는 사람도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명소로 꼽힌다.

 

스페인의 맑고 깨끗한 공기와 파란 하늘은 미세먼지에 찌든 우리에게 어렸을 적 가을 하늘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이런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을 보유한 스페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7500만 명을 넘었고, 관광으로 벌어들인 수입규모는 전체 GDP(국민총생산량)의 11%를 차지했다.

 

스페인의 2007년도 1인당 GDP는 3만2000달러로 당시에는 선진국 수준이었다. 국가부채 비율도 36.3%로 당시 독일과 프랑스의 절반 수준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스페인의 국가경제와 재정은 크게 악화돼 남유럽의 재정위기로 상징되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가 되었다.

 

그 원인이 뭘까?

 

먼저, 부동산 버블 붕괴를 들 수 있다. 1999년 유로화 통합 이후 은행금리가 14%에서 4%대로 하락하면서 기업·가계의 무분별한 대출로 부동산 버블이 형성됐다. 그리고 2008년 이후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빚으로 성장한 건설업과 대형은행의 부실, 가계 파산이 이어졌다.

 

두 번째로 지방정부가 종합운동장, 문화회관, 박물관 등 대규모 건축·건설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자체의 부채 규모가 급격히 증가했고, 부동산 버블 붕괴는 경기부진으로 이어져 재정 부실이 확산됐다.

 

자존심 강한 스페인은 재정 전반에 걸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국가와 지방, 모든 행정기관에 걸쳐 단행된 세출 구조조정은 스페인의 재정적자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줄이는데 기여했고, 국가채무 성장세를 멈추게 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국가와 지방정부는 물론 국민들 모두 큰 아픔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지방재정은 안전할까.

 

경기도 의정부시 경전철이 며칠 전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았다. 강원도 평창군의 리조트와 인천시의 월미모노레일 투자 잘못으로 평창군과 인천시가 허리띠를 졸라매게 됐고 정상적인 재정 상황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전북의 경우 순창 등 4개 군은 지방채가 아예 없고, 일부 지방채가 있는 시·군의 경우도 그 규모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전북도 본청의 경우 지난해 말 외부 채무를 모두 상환했다. 외부 채무가 없다는 것은 장래의 재정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재원을 확보해 놓은 상태를 말한다.

 

전북도와 시·군의 재정 상태가 건전한 편이지만 스페인 지자체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도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투자심사, 재정사업평가, 보조금 심사강화 등을 통해 건전한 재정운용이 계속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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