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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73) 4장 풍운의 3국(三國) ⑪

“소인은 아스카의 백제방(百濟方)에서 10년을 살았습니다.”

 

신주(新州)땅, 산비탈의 그늘에서 잠시 쉴때에 하도리가 계백에게 말했다. 오후 미시(2시) 무렵, 아침 일찍 항안성을 떠나 1백리쯤 북상한 것 같다. 아스카의 백제방 방주(方主)는 의자왕의 아들 부여풍이다. 작년에 방주로 부임한 부여풍은 20세의 혈기왕성한 왕자다. 쪼그리고 앉은 하도리가 말을 이었다.

 

“거기서 백제어를 익혔고 4년전에 극우 관직을 받고 본국 근무를 자원해서 항안성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하도리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하도리 또한 파란만장한 인생 같다. 화청이 한인(漢人)으로 투항한 무장이고 하도리는 왜인으로 귀화한 입장이다. 백제는 대륙에 속령인 ‘담로’를 설치하여 대륙 아랫쪽까지 영토를 넓힌 터라 다민족(多民族) 왕국이다.

 

“네 왜 이름은 무엇이냐?”

 

“예, 핫도리인데 백제어에 맞도록 하도리로 개명했습니다.”

 

“무슨 하씨야?”

 

“예, 물 하(河) 올시다.”

 

“네가 물 하(河)씨 선조가 되겠구나.”

 

“아래 하(下)를 썼다가 바꿨지요.”

 

옆에서 듣고 있던 하청과 사도부 장덕 유만까지 피식 웃었다. 하도리는 밝은 성품이다. 앉은키는 컸지만 선 키는 5자(150cm) 쯤 되었는데 상체가 크고 팔이 길어서 큰 원숭이 같다. 나이는 28세, 10살때 고아가 되어서 각지를 방황하다가 백제방에서 심부름꾼으로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도리가 붙임성 있게 말했다.

 

“한솔 나리의 명성을 들었다가 이렇게 모시게 되어서 광영이요.”

 

“나는 전장(戰場)에서나 유용한 무장이야. 내 옆에 있으면 위험하다.”

 

계백의 눈 앞에 그동안 동고동락(同苦同樂)했다가 대야성 싸움에서 전사한 해준, 효성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화청이 하도리에게 말했다.

 

“내가 증인이야.”

 

화청이 주름진 얼굴을 펴고 웃었다.

 

“전시(戰時)에 무능한 지휘관 휘하에 있는 것 만큼 불운한 무장은 없지, 난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솔(率) 품급을 싸움 한번만에 따내었네.”

 

“아, 그것참, 부러운 소리하시오.”

 

장덕 벼슬의 사도부 부사 유만이 혀를 찼기 때문에 계백도 웃었다. 그때 하도리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성주가 평양성까지 모시고 갔다가 오라고 했으니 광영이요.”

 

하도리는 정탐조 조장으로 기마군 10명을 이끌고 신주(新州)를 제 집 마당처럼 쏘다녔다고 했다. 그래서 어느 골짜기에 물고기가 많고 어느 들판에 짐승 잡는 덧이 설치되어 있는 것까지 다 알았다. 하도리는 기마군 둘을 이끌고 왔기 때문에 사신 일행은 총 25인이다. 하루만에 신주를 빠져나온 일행은 고구려 영토로 들어섰다. 고구려 국경 근처에 세워진 오금성에 전령을 보냈더니 금방 성주가 마중을 나왔다.

 

“사신이 온다는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관복까지 차려입은 성주가 계백을 맞으면서 말했다. 대야성으로 찾아왔던 고구려 사신이 귀국해서 국경에 전령을 보낸 것이다. 저녁 유시(6시) 무렵, 사신 일행은 청에서 고구려 성주의 접대를 받는다.

 

“평양성까지는 4백리 길이나 길이 잘 뚫렸으니 이틀이면 닿을 것입니다.”

 

옆쪽에 앉은 성주가 말했다.

 

“조금전에 전령을 보냈습니다. 대막리지 전하께서는 내일 중에 사신으로 계백공이 오셨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이오.”

 

성주는 40대쯤으로 역시 무장(武將)이다.

 

“대야성을 함락시키고 대야주를 탈취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축하드리오.”

 

술잔을 든 성주가 말했다. 동맹국의 승전을 축하하는 것이다. 따라서 술잔을 든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답례했다.

 

“성주께서도 대공을 세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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