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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95) 5장 대백제(大百濟) ⑪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나리, 이곳에서 한산성까지는 3백리길이라고 들었습니다.”

 

밤, 계백의 품에 안긴 고화가 더운 숨을 뱉으면서 말했다.

 

“말을 달리면 하루 길이지만 걸어서는 이틀이 걸린다고 하네요.”

 

“한산성은 성주 식구가 살 곳이 못되오.”

 

계백이 고화의 허리를 당겨 안고는 귀에 입술을 붙였다.

 

“내가 가끔 말을 달려 도성으로 올테니까 집이나 잘 가꾸시오.”

 

“나리, 소문을 들었습니다.”

 

고화가 계백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었다. 불을 끈 방안은 어두웠지만 고화의 흰창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무슨 소문?”

 

“왕비마마가 신라에 첩자를 자주 보낸다고 합니다.”

 

“저런.”

 

혀를 찬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신라 첩자가 퍼뜨린 소문 같구만.”

 

“종이 거리에서 듣고 와서 우덕한테 이야기를 해줬답니다.”

 

“왕비마마를 모함하면 대역죄가 될 텐데 큰일 날 소리들을 하는군.”

 

“왕비마마의 측근인 덕솔 연 아무개란 분이 신라에 들락인다는군요.”

 

“허어.”

 

계백이 고화의 허리를 더 당겨 안으면서 말을 막듯이 입을 맞췄다.

 

“도성에 온지 닷새도 안되었는데 벌써 온갖 소문을 듣고 오는군.”

 

고화가 가쁜 숨을 뱉으면서 계백의 어깨를 감아 안는다.

 

다음날 오전, 임지로 떠나기 전에 대왕을 뵈러갔던 계백을 병관좌평 성충이 불렀다. 왕궁의 정청 안이다.

 

“이보게 한솔, 대왕께서는 오늘 조례에 나오시지 않네.”

 

다가온 성충이 말을 이었다.

 

“나를 보고가면 되네.”

 

“예, 대감.”

 

성충을 따라 전내부의 대좌평 청으로 들어선 계백이 자리에 앉았다. 청 안에는 성충과 계백 뿐이다. 마주앉은 성충이 청 안을 둘러보는 시늉을 하더니 입술 끝을 비틀며 웃었다.

 

“내가 이 청을 곧 떠날거네, 한솔.”

 

“무슨 말씀입니까?”

 

“잘되면 귀양이고 못되면 참형을 당할지도 모르네.”

 

“대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계백이 눈을 치켜떴다.

 

“대감은 대백제의 기둥이십니다. 대왕께서 그 기둥을 버리시겠습니까?”

 

“내가 왜 기둥인가?”

 

“대감은 충신이십니다. 제가 바다 건너 담로에 있을 때부터 듣고 있었습니다.”

 

“선대(先代) 무왕께서 계실 때하고는 다르네, 한솔.”

 

정색한 성충이 주위를 둘러보고나서 말을 이었다.

 

“왕비의 전횡이 심해졌어. 이것은 태왕비께서 뒤에서 사주하시는데다 지금까지 다져놓은 반역 기반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야.”

 

숨을 죽인 계백에게 성충이 말을 이었다.

 

“선왕(先王)께서 나한테 유언을 하셨네. 왕비 교지를 조심하라고. 그런데 내가 그 유연을 어찌 대왕께 전해드린단 말인가?”

 

성충의 눈이 흐려졌다.

 

“역부족이야. 내가 여러 번 대왕께 말씀드렸지만 대왕은 믿지를 않으시네.”

 

“대감, 진실입니까?”

 

“그래, 왕비 교지는 신라 첩자에, 태왕비 또한 마찬가지, 대백제는 안에서 망하게 될지 모르네.”

 

“대감,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래서 그대에게 이 말을 전하는 것이네. 그대가 대백제의 기둥이 될 재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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