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서부 수군항에 급변이 일어났다니, 듣자. 빠짐없이 말하라.”
“예, 마마.”
머리를 든 용해가 교지를 보았다. 온몸이 땀과 먼지로 덮여 거지꼴이다.
“한산성주 계백이 덕솔 축하연에서 수군항의 지휘관 다섯을 죽였습니다.”
용해의 목소리가 별당을 울렸다. 모두 숨을 죽였고 용해가 말을 잇는다.
“미리 궁수를 잠복시킨 후에 항장의 일당이라고 짐작되는 지휘관 다섯을 겨냥하고 있다가 계백의 신호를 받고 쏘아죽인 것입니다.”
“누가 죽었느냐?”
교지가 묻자 용해가 바로 대답했다.
“나솔 문자성, 나솔 정길도, 장덕 육반, 장덕 장호기, 장덕 온성입니다.”
“그전에 실종된 국창이하 지휘관은 몇명이냐?”
“여섯명입니다.”
“모두 십여명이 죽었구나.”
“예, 이제 국창님 휘하의 지휘관은 다 죽었소이다.”
용해가 번들거리는 눈으로 교지를 보았다.
“나솔 윤진, 장덕 백용문 등이 계백에게 국창님 휘하의 지휘관을 낱낱이 알려주었기 때문이오.”
“이 역적 같은 놈 계백.”
교지가 잇사이로 말했다.
“내가 이놈을 꼭 죽일 것이다.”
“마마.”
병관부 달솔 진재덕이 조심스런 표정으로 교지를 보았다.
“계백이 실상을 알았으니 이미 도성과 대왕께 손을 썼을 것입니다.”
“아니, 대왕은 아직 모르신다.”
교지가 반짝이는 눈으로 진재덕을 보았다.
“아마 성충과 흥수 무리에게는 기별을 했겠지. 아마 그들과 공모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마께서 대왕께 먼저 손을 쓰셔야 됩니다.”
“이번에는 연기신이 말하자 교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오늘밤에라도 대왕을 만나야지.”
“먼저 머리를 잘라야 됩니다.”
진재덕이 눈을 가늘게 뜨고 교지에게 충고했다.
“몸둥이를 자르면 늦습니다. 독니가 있는 머리부터 자르셔야 하오.”
“그 머리가 성충 아니냐?”
“그렇습니다.”
“성충이 죽으면 그대가 병관좌평이 될 것이다.”
자리를 차고 일어선 교지가 흰창이 커진 눈으로 셋을 둘러보았다.
“계백이 국창과 휘하 지휘관을 죽인 것이 분명하다. 우선 성충을 제거하여 그 배후를 없앤 후에 그놈을 대역죄로 잡아들여 멸족 시키기로 하자.”
교지의 목소리는 차갑고 눈빛은 날카롭다. 왕궁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