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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여파 아파트 관리 딜레마

일부 단지, 관리비인상 대신 직원감축 택해
남은 인력 업무량 늘고 제때 처리 못하기도

#1. 전주의 한 아파트 청소관리원 A씨는 하루 아침에 청소하는 이동 거리가 두 배로 늘었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인원이 감원돼 두 명이 하던 작업량을 혼자 맡아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 초에 시행된 최저 임금 인상의 여파는 6개월 만에 A씨에게 불행한 현실로 다가왔다. 그는 “월급이 조금 올라서 좋지만, 일은 더 많아졌다”고 했다.

#2. 같은 아파트 입주민 대표 B씨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는 날이 잦아졌다. 분리 수거대에 쓰레기가 넘치는데, 한동안 치우는 사람이 없다는 입주자들의 불만을 주민들을 대표해 전달하려는 것. 그는 “관리비를 더 올리지 못한 것이 결국엔 주민들에게도 피해로 돌아왔다”고 했다.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최저 임금 인상’의 여파로 신음이 새어 나온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관리비 인상 대신 관리 인력 감원을 택했고, 이에 따라 기존 관리 인력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는 ‘아파트 관리체제 변경에 따른 주민 협조’ 공고문을 아파트 주민들에게 고지했다.

관리소 운영시간을 기존 오전 7시~오후 10시에서 오전 8시 30분~오후 6시 30분으로 변경하고, 야간 경비는 감시 카메라 4대를 설치해 경비원을 대신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아파트는 경비원 2명, 청소부 2명, 폐기물 수거 1명, 관리소 직원 2명 등 7명이 총 71세대를 관리한다. 이달 초부터는 청소관리원 1명을 줄였다.

청소관리원은 아파트 외곽 청소와 쓰레기 분리 등이 주요 업무다. 2명이 하던 일을 이젠 남은 청소관리원 1명이 떠맡게 됐다.

경비직원 2명의 사정도 나아지진 않았다. 14일 오전, 경비실에서 만난 한 경비직원은 창문에 붙은 시간표를 가리켰다. ‘정오~오후 2시·오후 6시~오후 8시·오후 11시 30분~새벽 5시 30분’으로 구분된 시간표는 바로 이 아파트 경비직원의 ‘휴식시간’이다.

해당 직원은 “별도로 일은 하지 않지만, 긴급상황에 대비해 경비실을 비우지는 않는다”면서 “2명 2교대 체제인데 임금 인상 대신 휴식 시간이 많아졌고 청소 업무까지 해야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급기야 해당 아파트 관리소 직원도 소매를 걷어 올렸다. 관리사무소 직원은 “청소관리원 1명이 줄면서 입주민들의 위생 민원이 많아졌다”며 “최저 임금 인상이후 인건비 부담이 커 부득이 청소관리원 1명을 감원했고, 급할 때는 관리소 직원까지도 청소를 돕는다”고 했다.

최저 임금 인상에도 아파트 관리비를 올리지 않은 탓에 관리자를 줄이는 자구책을 쓴 이 아파트는 ‘진짜 고민’이 따로 있다.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관리비를 올리는 게 쉽지 않은데, 최저 시급은 내년에도 큰 폭으로 오를 것 같다”고 걱정했다.

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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