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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심사평] 당선작 ‘창’

심사위원 : 소설가 송하춘, 소설가 우한용
“감추며 이야기하기의 매력 잘 살려내”

신춘문예 계절이 돌아오면 많은 사람들은 설렘과 기대로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신춘문예에 대한 기대는 참신한 신인과 새로운 작품에 대한 소망이다. 이러한 소망은 심사위원들의 마음 또한 뒤눕게 한다.

이번 신춘문예에 응모한 작품 가운데, 예심을 거친 7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서커스 유람마차’ ‘더듬이’ ‘너의 아름다운 곳’ ‘앤드’ ‘창’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더듬이’는 첨단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생산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시대 파악 시각이 돋보인다. 그러나 소설적 구체화는 아직 더 수련을 거쳐야 하리라고 본다.

‘앤드’는 출산이 인공적으로 통제될 수 있는 첨단과학시대,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문제를 추구한 작품이다. 현실성을 더 살려야 작품으로서 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 걸로 본다. ‘너의 아름다운 곳’은 현대적 환경에서 다문화적 삶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플롯을 엮어가는 소설적 논리에 관심을 더 가질 것을 권한다. ‘서커스 유람마차’는 생활을 위해 돈이 절실하게 필요한 소녀가 채팅에서 만난 남자와 사귀면서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현실감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 안정된 문장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주제를 형상화하는 사유의 치열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작은 흠이다.       

논의를 거쳐 당선작으로 결정한 작품은 ‘창’이었다. 이 작품은 ‘창’이라는 트라우마를 공유하는 작중인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을 빈틈없이 그리고 있다. 만나고, 가까워지고, 그리고 사랑으로 맺어지기까지, 그리고 다시 멀어지고 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섬세한 문체로 그려져 있다. 플롯을 전개하는 데 ‘창’이라는 도구를 설정하고 있는 게 상징성을 띰으로서 주제와 연관성을 밀도있게 드러낸다. ‘창’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열린 구멍인데, 그 ‘창’은 누구나 ‘건’으로 가리고 생활한다. ‘창’과 ‘건’은 곧 인간의 ‘열림’과 ‘닫힘’을 상징하는데 그 ‘건’이 걷히고 완전한 창으로 통할 때 완전한 만남이고, 사랑이라는 설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본질을 드러냈을 때, 그것은 다시 모양을 달리한 건이 되어 ‘창’의 본상을 감추게 되고 인간관계는 파탄을 겪게 된다. 인간관계 형성의 본질을 감춤과 드러냄의 변증논리로 그린 수작으로 보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작품에서는 ‘창’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건 운명일 수도 있고, 인간 존재의 모순적 상황일 수도 있다. 따라서 설명이 안 되는 영역이다. 이를 명징하게 밝히려고 모든 걸 사실로 드러낸다면 삶의 본질로서의 은폐성은 특질을 상실하고 만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감추며 드러내기의 기법적 특장을 잘 살렸다고 본다.

이번에 투고한 모든 분들의 분투를 빌며, 당선자의 문학적 앞길에 큰 성취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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