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가와사키가 보낸 전령이 돌아왔을 때는 닷새 후였다. 전령은 토요야마 성에서 하루를 묵고 돌아온 것이다.
“미나미 님의 밀서를 가져왔습니다.”
전령이 밀서를 바치면서 말을 이었다.
“닷새후에 오오다 숲에서 영주가 사냥을 나간다고 합니다. 사냥 일정이 적혀 있습니다.”
밀서를 받아든 가와사키가 보더니 계백에게 두손으로 내밀었다.
“미나미가 달솔께 보내는 밀서입니다.”
계백이 밀서를 펴고 읽는다.
“신(臣) 미나미가 계백 영주께 글월을 올립니다.영주께서 동방(東方) 시찰을 나오신다는 소문을 듣고 우에스기 영지의 가신들은 신(神)이 영지의 백성을 버리지 않았다고 환호하고 있습니다. 부디 가와사키의 진언을 받아들이시어 백성들을 구해 주시옵소서. 신(臣) 미나미는 동지들을 모아 적극 영주께 호응하겠나이다. 신(臣) 미나미 올림.”
밀서를 읽고난 계백이 노무라에게 건네 주면서 가와사키에게 말했다.
“이곳은 외상(外像)이 드러나지 않고 내부가 썩어 가는구나.”
“곧 피해가 백성에게 덮칠 것입니다.”
“우에스기는 2만 가까운 병력을 보유하고 있어, 정면으로 부딪치면 피해가 크다.”
계백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군사도 백성 아닌가? 피해를 줄여야 한다.”
그때 밀서를 다 읽은 노무라가 계백에게 말했다.”
“우에스기가 닷새후에 사냥을 나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밀서에는 써있지 않았지만 그때가 호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 옆쪽에 앉은 슈토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 시간에 왜국의 섭정 소가 이루카가 밀사를 맞고 있다. 밀사는 멀리 동부(東部)의 대영주 우에스기가 보낸 중신 노부사다이다.
노부사다가 직접 이곳에 온 것이다.
“음, 노부사다. 네가 직접 오다니, 무슨 일이냐?”
이루카가 안면이 많은 노부사다를 반겼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는데 너를 보니 반갑다.”
이루카는 아비 에미시 덕분이기는 하나 일국(一國)을 다스리는 섭정이다. 우에스기의 중신(重臣) 노부사다가 먼길을 달려온 것에 내심 짐작하는 바가 있다. 이루카의 시선을 받은 노부사다가 긴 얼굴을 펴고 웃었다.
“대감께서 저를 이토록 반기시는 모습을 처음 보았습니다.”
“거기 네가 사는 곳에는 황새가 많지?”
“예. 왜 물으십니까?”
“황새는 먹이를 먹기전에 꽥꽥 우는 바람에 잡았던 먹이가 도망가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그 말씀을 왜 하십니까?”
“네 놈이 쓸데없는 사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내 흥이 깨진거다.”
“황공합니다. 대감.”
“계백이 네 영지에 있지?”
“지금 나흘째 기치성에 묵고 있습니다.”
“거기서 우에스기 영지가 먹을만 한가 하고 이곳 저곳을 옅보고 있겠군.”
“대감 우리 주군은 여색이 좀 과하지만 대감께 대한 충성은 그 누구도 따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좀 과할 정도가 아니지. 여색이 말이다.”
“보통은 넘을 정도입니다.”
“네 녹봉이 얼마냐?”
“1만석입니다. 대감.”
“그만하면 소영주(小領主)군.”
“제가 녹봉때문에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너하고 우에스기는 공생공사(共生共死)할 수 밖에 없지. 자, 용건을 말해라.
“우리 영지에 산적 무리가 많습니다.”
“으음.”
노부사다가 목을 움추리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내실의 청이어서 주위에는 이루카의 측신 서너명만 둘어앉아 있을 뿐이다. 노부사다가 말을 이었다.
“산적의 규모가 커서 가끔 대상단을 습격합니다. 이번에 저희 영지에서 무슨 일이 발생해도 섭정께선 아량을 베풀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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