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상자를 열면 또 하나의 상상이 나오고 그 상상 속에 상상 상자가 또 들어있는 사람, 바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의 상상 상자를 보다 더 잘 열어주기 위해 책 한권이 왔다. 오이를 닮은 얼굴을 하고 왔다.
<첫말 잇기 동시집> . 첫말>
청소년 시집 <난 빨강> 의 시인 박성우의 어린이를 위한 시집이다. 동시와 그림, 아홉 살의 마음이 함께했던 <아홉 살 감성사전> 시리즈 뒤에서 ‘짜잔’하며 나타났다. 언제나 문학의 새로움을 추구했던 박성우 시인답게 엉뚱한 상상을 하며 다가왔다. 아홉> 난>
우리에게 흔했던 놀이인 ‘끝말잇기’에게 ‘나도 있어’, ‘이렇게 해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걸’ 하며 미소 짓는다. 빙그레 웃는다.
소제목과 동시 제목이 모두 첫말 잇기로 되어 있는 책, 그래서 더욱 궁금해지는 책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어본다.
냉장고 오이는 오싹오싹/ 냉장고 호박은 호오호오/ 냉장고 상추는 으슬으슬// 냉동실 얼음은 시원시원 [오이_오싹오싹]에서 오이, 호박, 상추가 만들어 낸 노래가 어우러지더니
상상 상자를 열면 독수리만한 모기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하늘을 나는 두더지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타조보다 빠른 나무늘보가 나와/ 상상 상자를 열면 지네 발이 달린 뱀이 나와, 무섭지?/ 상상 상자를 열면 일등을 하는 나도 나와, 진짜 놀랍지? [상상_상자]에선 무시무시한 상상력이 나와 성큼 내 앞에 선다. 드디어
공룡아, 공부 안 하고 왜 우니?// 응, 내가 실수로 학교를 밟아 버렸지 뭐야! [공룡_공부]에선 ‘빵’ 터지는 웃음을 터뜨린다.
이러한 재밌는 놀이가 무려 40개나 뾰롱뾰롱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동시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냥 읽고 즐기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상상과 재미, 그리고 언어의 다양한 감각들이 이 책 안에 잘 스며들어 있다. 어쩌면 학교의 교사들이나 엄마, 아빠들이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놀이 책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동시집이라고 하면 ‘에이 유치해’, ‘그건 아이들이나 읽는 것이지’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동시에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동시는 재밌다’라는 것을 상상조차 못해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만난다면 그러한 생각은 잠시 접어 두어도 좋을 것이다. 지금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동시 속에서 만나고 있는 시대인 것이다.
* 경종호 시인은 200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동시마중에 동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천재시인의 한글연구> [문학동네 2017]가 있다. 천재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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