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풍경이 있는 풍경

바람이 붑니다. 도솔산이 까르르 웃어 젖힙니다.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이 제 몸을 뒤집는 게 아니라, 나뭇잎이 어서 와 어서 와, 손 까불어 바람이 이는지 모릅니다.

선운사 극락전 처마 끝에 풍경(風磬)이 매달려 있네요. 그 풍경에 물고기 한 마리 매여 있고요. 출처를 모르는 바람처럼 가는 곳을 모른 채 평생 헤엄치는 저 물고기, 어디서 온 어떤 바람이 어디로 밀어 대는지 알고 싶었겠지요. 티끌 한 점 없는 허공에 뜬 저를 흔들고 가는 것이 어떤 연(緣)인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싶었겠지요. 제 눈꺼풀을 잘라버렸습니다.

몸도 없고 색도 없고 향내도 없는 바람이 없는 길을 걸어와 저를 흔들 때, 그 형체도 없는 것에 제가 흔들릴 때, 물고기는 저를 흔드는 것이 곧 나뭇잎 같은 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바람을 청하는 마음에 제가 흔들린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땡그랑 땡그랑 저 물고기, 바람을 부르고 싶어서 스스로 종메가 되었습니다. 바람 따라 어디까지라도 퍼져나가고 싶어서 아프게 제 몸 부딪힙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치일반고창군 오리 농가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

사건·사고경찰, 스쿨버스 들이받은 화물차 운전자 조사 중

초중등학령인구 감소에 전북 내년 초·중 학급당 학생 수 2∼3명 감축

임실임실군, 모든 군민에 민생지원금 20만원 지급

기획AI 산타, 산타 모집 암호문, 산타 위치 추적...이색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