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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감성 터치'] 비와 막걸리

주구장창 내린다. 그러께, 작년엔 마른장마더니 올해는 비가 많다. 비 내리는 소리 지글거린다. 꼭 부침개 부치는 소리 같다. 비 오시는 날 파전, 호박전, 부추전, 감자전 생각에 출출해지는 건 다 이 빗소리 때문이다. 장마통에 호박 크듯 한다는데, 없는 남새밭엔 못 가고 마트에 간다. 호박 부추 감자에 막걸리 한 병, 마음이 먼저 거나해진다.

막걸리는 찌그러진 주전자다. 유리잔 말고 양재기가 제격이다. 단추 하나쯤 풀어진 채 먹어야, 옆자리보다 더 목청을 돋워야 제맛이다. 독작 말고 서넛은 둘러앉아, 권커니자커니 돌려야 제격이다. 뼈째 썬 병어회를 깻잎에 싸 먹으며, 막걸리는 배불러서 싫다는 싸가지를 씹어야 제맛이다. 사골 고듯 조린 고등어 조림 한 접시에 한 주전자 추가다. 어디 밥만 먹고 살 수 있는 세상이더냐? 맨정신으로 건널 수 있는 세월이더냐? 멀쩡한 화장실 두고 골목에 오줌 갈기듯, 막걸릿집 벽면에 가버린 사랑을 변해버린 우정을 달아나는 세월을 휘갈겨야 제맛이다.

축축한 날엔 막걸리가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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