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참으로 어려운 예술이다. 평생을 해도 마음대로 나오지 않은 것이 소리이다. 판소리는 입문하여 먼저 스승에게 소리를 익히고 많은 복습과 철저한 다듬어진 소리가 될 무렵 혼자서 오랜 수련 시간을 갖는다. 이것을 보통 독공獨工이라 하고 혼자서 소리 공부의 길을 떠나기도 한다. 소리의 길을 험난하다. 그래서 홀로 많은 시간을 자신과의 싸움에 보낸다.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리꾼 홀로 폭포수 아래 정좌하고 소리하는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소리에 입문하여 어느 정도의 시간과 습득의 시간을 가진 후 찾아오는 자신만의 독공으로 이러한 수련은 보통 보름, 100일 등의 기한을 정한 후 깊은 산이나 절에 들어가 집중적으로 소리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근대 5명창으로 불리던 송만갑은 100일 공부를 할 때 하루에 춘향가를 세 바탕씩이나 불렀다고 한다. 이는 춘향가 한바탕 보통 6시간 소리 합해서 자그마치 18시간 이상의 소리 공부로 참으로 엄청난 분량의 연습 시간이었다. 이렇듯 소리꾼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의 성음을 갈고 닦아 스스로가 생각하고 소원했던 명창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소리꾼이 계곡이나 절에 들어가 100일 독공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그것은 첫째 ‘득음’을 하기 위해서이다. 득음이란 판소리에서 필요로 하는 쉰 듯한 목소리 즉 ‘수리성’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음색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기능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소리꾼은 단기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연습을 통해 이러한 효과를 얻어냈으며 현시대에도 많은 소리꾼이 그러한 방법을 이용하여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두 번째 자기만의 소리를 찾기 위해서이다. 이는 독공으로 통해 얻은 득음이 자신만의 특별한 소리로 재탄생하여 세상 어디에도 찾아 들을 수 없는 목구성으로 존재성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독공은 어느 계곡의 폭포수 아래에서, 어느 깊은 굴속에서, 어느 시골 암자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완성된다.
조선 후기 많은 전승의 어려움 속에 이어온 판소리. 이러한 판소리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창작되어 스승에서 제자로 구전심수口傳心授 <입으로 전해주고 마음으로 가르침> 되어 전해진 우리 전통예술의 꽃이다. 서양음악처럼 악보가 존재하여 쉽게 접할 수도 없었고 득음이란 어려움에 가까이 두고도 범접할 수 없었던 우리의 판소리. 하지만 우리 서민의 정신과 애환을 담고 있기에 이제는 우리 삶에 가까이 있으며 어느 곳에 가도 한 대목, 단가 한 곡 부를 수 있는 곳이 많이 갖춰진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입으로>
무더운 2021년 8월. 많은 판소리 학도들과 명창의 길을 원하는 소리꾼이 폭포와 절을 찾아 독공이 행해지고 있다. 여름날 모두의 건강과 득음이 함께 하기를 소원하며 그러한 우리의 판소리가 세계 속의 성악으로 재탄생하기를 다시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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