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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그녀는 항상 엉덩이가 뜨겁다 - 뒤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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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 Marcel Duchamp, Nude Descending a Staircase (No. 2) , 1912, oil on canvas/사진=smarthistory

1919년에 뒤샹은 파리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던 모나리자의 싸구려 복사판에 턱수염과 콧수염을 그려 넣었다. 이 행위는 원작 1점주의의의 고급화된 예술의 사대주의를 비웃으려는 행동이었으니 존경받는 예술작품에 대한 모독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냉소적인 면은 그 뒷면에서 더욱 고조된다. 즉 뒤샹은 자기가 수염을 그려넣은 복사판의 뒷면에 ‘이것은 1919년  파리에서 만들어진 L,H,O,O,Q라는 오리지널 복사판임을 증명함’이라고 써 넣었다. 

그런데 이 L,H,O,O,Q를 프랑스어로 계속하여 읽으면 엘아쉬오오퀴(Elle a chaud au cul)로 발음되어 “그녀의 엉덩이는 항상 뜨겁다”라는 뜻이 된다.

이에 대하여 뒤샹은 “나는 슬픔을 띤 이 여자가 콧수염과 턱수염을 붙이면 대단히 남설적이 된다는 것을 알았는데, 이 사실은 다빈치의 동성애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회상했다. 

어디 그 뿐인가. 나중에는 다른 복사판을 그냥 내걸고 ‘다시 수염을 깎은 모나리자’라는 것을 발표하여 마치 수염이 있는 모나리자가 원본이었던 것처럼 알려지게 하는 모독을 다시 가한다.

오늘날 퍼포먼스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벤트, 그 전으로 또 거스르면 해프닝이다. 해프닝이라는 행위를 맨 처음 시도하여 오늘날의 해프닝을 보편적으로 만든 사람, 피카소가 죽은 뒤 이 시대를 움직이는 최고의 화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뒤샹 이후와 이전으로 나눌 만큼 그림의 영역을 한없이 많이 확장한 사람, 로젠버그 등에 의하여 네오다다 운동이 일어났을 때 “다다에 네오는 없다”라는 조용한 말로 다다의 일회성과 시대성을 이야기하며 조용히 체스를 두며 살았던 사람, 백남준의 행위를 이끌어낸 사람, 그는 진정한 불멸의 아웃사이더 사상가였다. 

그의 작품 제목만 봐도 그가 어떤 사상가였는지를 알 수 있다. 자신을 풀이하기 싫다며 회화를 포기한 뒤샹의 작품 제목으로는 ‘게단을 내려오는 나부’, ‘처녀에서 신부로의 여행’, ‘급속한 니체에게 옆으로 잘린 왕과 왕녀’, ‘샘’, ‘독신자들에 의해서 발가벗겨진 신부’, ‘물의 낙하’, ‘조명등 글라스가 주어지면’ 등이 있다. 특히 ‘조명등 글라스가 주어지면’은 그때까지의 미술 영역에서는 기상천외할 열쇠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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