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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하천 넘쳐 ‘쑥대밭’ 된 완주 마을...“죽는 줄 알았다”

운주면 장선천 제방 무너지면서 일대 주민들 고립
전북소방, 10일 오전 4시 11분부터 18명 구조 완료
완주군, 신속한 시설 복구로 주민 불편 최소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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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장맛비로 집안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은 완주군 운주면의 한 주민이 당시 물이 차올랐던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최동재 기자

“물이 집 안까지 들어오니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일 완주군 운주면 장선천이 폭우로 범람하면서 집과 1만평 규모의 논·밭,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긴 마을주민 이완우 씨(78)는 “20년간 일궈온 모든 것을 하룻밤 사이에 다 잃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의 집 마당은 홍수에 쓸려온 진흙으로 뒤덮여 걸음을 내딛기도 어려웠고, 집 뒤편에 있는 논과 밭에는 마당에 있던 개집과 항아리 등 가재도구들이 떠내려가 있었다.

비닐하우스 7동에서 키웠던 농작물은 물에 잠긴 채 다 시들어 있었고, 쓰러진 농기계에서 새어 나온 연료와 농약이 뒤섞이면서 일대에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그는 "그래도 살았다는 것에 감사해야죠. 어제 집 안팎으로 물이 가득 들어차 문이 안 열릴 때는 정말 죽음을 각오했다"며 "창문으로 겨우 빠져나와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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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완주군 운주면 일대에 폭우가 내려 장선천이 범람해 면소재지 내촌마을 비닐하우스가 물살에 처참히 무너져 있다. 오세림 기자

같은날 오전 10시 완주군 운주면 행정복지센터. 도로 사방에 낭자한 진흙 더미는 지난 밤의 폭우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센터 2층 다목적실에 마련된 피해주민 대피소에는 70∼80대의 주민 10여명이 허탈한 표정으로 간밤의 피해 상황을 나누고 있었다.

마을 주민 안의인 씨(88)는 “밤중에 비가 집 안까지 들이쳐 밖으로 나왔는데, 물살이 강해 떠내려갈 것 같았다”며 “집 앞에 심어진 나무를 붙잡고 서서 ‘살려달라’ 소리를 질렀더니, 마을 사람이 찾아와서 나를 업고 이곳까지 데려다줬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을 곳곳에서도 주민들은 서로 ‘비 피해 없냐’는 말로 안부를 묻거나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논·밭과 집을 오가며 피해 상황을 재차 확인하고 있었다.

고추밭을 확인하러 가고 있던 손은영 씨(78)는 “70년 넘게 이 동네에서 살면서 이런 난리는 처음 겪어본다”며 “새벽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확인해보니 집안 거실에도 물이 가득 들어왔고 마당에 있던 장독대는 다 떠내려가고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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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완주군 운주면 일대에 폭우가 내려 장선천이 범람해 운주면생활체육공원이 완전히 침수돼 있다. 오세림 기자

한편 전북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1분부터 운주면에서 '하천이 범람해 마을 주민들이 고립됐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랐다. 이날 요구조자는 총 18명이었으며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이와 관련 완주군 관계자는 “비가 지속적으로 오던 중 갑작스럽게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제방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공시설물 응급복구를 먼저 진행한 뒤 개인 사유시설 복구작업이 진행될 것 같다. 빠른 복구로 주민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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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 #장선천 #범람 #피해 #전북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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