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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교해진 사랑의 기척…김수엽 시인 '자음과 모음이 흙과 만나'

완주 출생 중견 시조·시인…등단 30여 년 만에 세번째 시조집 발표
시조의 전통적 상투성 벗어나 현대성·대중성 추구한 작품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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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이 흙과 만나 표지/사진=교보문고

“어미 소 혀를 길게 빼 송아지를 핥는다/ 귀에 가 젖는 입김/ 그렁그렁한 눈망울/ 뻔하다/ 사랑한다는 말/ 안 들려도 보인다”(시‘사랑, 보다’ 전문)

중견 시조·시인, 김수엽 씨가 등단 33년 만에 세 번째 시조집 <자음과 모음이 흙과 만나>(도서출판 상상인)를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엄마’와 ‘어머니’가 구분되며, 김수엽 시조가 표현하고자 한 ‘사랑의 기척들’이 더욱 정교하게 나타난다.

시집에는 근원적 ‘숨소리’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숨기척’이라는 말로도 재현될 만한, 김수엽 시조의 ‘사랑의 기척들’이 눈시울을 적시는 시편들로 재탄생하고 있다.

“아가야/ 지금 내가/ 네 앞에서 웃는 웃음/ 내 엄마가 내 앞에/ 늘 웃던 웃음이란다/ 날마다/ 내 얼굴 비춘/ 우리 엄마 사랑의 등(燈)”(시 ‘상속받은 웃음’ 전문)

“도시로 가고 싶다는 새 구두 한 켤레/ 신발장에 섬겨온 아버지 내 아버지는/ 맨발로 모내기를 하며/ 흙탕물만 신는다/ 신발은 애 온몸을 지상에 띄우는 숨/ 흙냄새 한편이 되어/ 들판을 누벼오던 발/ 적당히 절룩이면서 닳아지는 걸음들/ (중략)기꺼이 텃받처럼 가까이 곁에 두고/ 마음이 또박또박 읽어온 그 이름을/ 날마다 문 여닫을 때/ 반짝반짝 품는다”(시 ‘아버지의 구두’)

이처럼 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의 삶과 시조의 토대가 된 ‘어머니’의 눈물과 ‘엄마’의 희망 외에도 삶을 뒤척이게 한 아버지에 대한 인식이 특히 눈길을 끈다.

또 그는 시조의 상투성을 벗고 비교적 우리말을 통해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쉬운 길을 내주는 등 현대성과 대중성을 추구하고 확보하려는 노력에 몸부림치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전해수 평론가는 “김수엽 시인은 지금껏 시조를 통해 시인 자신과 독자를 만나려 한, 사랑의 한 방식을 넌지시 펼쳐 보이며, 반평생을 안아 온 가난한 사랑이 김수엽 시조에 내정된 과거 시간을 청청히 걸어 나와 마침내, 우리 앞에 걷고, 가난하지 않은 사랑의 기척을 들고 당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완주 삼례 출신인 김 시인은 1992년 중앙일보, 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는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인선 <상쇠, 서울가다>와 <등으로 안을 수 없다>를 출간했다. 현재 그는 전주에 거주하며 전북시조시인협회장과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전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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