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은 격조 있는 곳이 아닙니다. 카페 들르듯 편하게 오셔도 좋습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새 수장으로 부임한 허정선 관장(59)은 ‘열린 미술관’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예술이 일상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 곁으로 스며드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허 관장은 울산시립미술관 개관 학예사로 활동하며 미술관 건립과 전시 기획, 지역 문화콘텐츠 개발 등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그는 “문화시설은 개성 있는 공간이 조화를 이루되, 자연과의 공존을 전제로 해야 한다”라며 “김병종미술관 제2관 건립이나 함파우 아트밸리 조성 과정에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허 관장이 바라본 김병종 화백의 예술세계는 ‘진정한 생명의 힘’이다.
그는 “김 화백님의 생명 철학인 기운생동의 개념은 진리가 유토피아처럼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라며 “미술관을 찾는 수많은 관람객이 그의 작품에서 위로를 얻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건축미술관으로 평가받는다. 전시동, 교육동 ‘콩’, 수장고 세 동이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건물 자체가 김병종 화백의 생명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허 관장은 “특히 교육동 ‘콩’은 우리 미술관의 상징이자 정체성”이라며 “시민이 예술을 직접 배우고 체험하는 열린 플랫폼이자 평생학습의 장으로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미술관의 정체성은 세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김병종 화백의 예술세계, 자연을 품은 건축미, 그리고 시민 참여의 상징인 ‘콩’이다. 이 세 가지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근간이자 미래의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허 관장은 향후 김 화백의 예술세계를 아우르는 대규모 회고전과 한국 근‧현대미술작가전, 인류의 미래를 다루는 국내외 작가전, 그리고 지역미술 연구를 통한 남원 출신 작가 발굴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그는 “남원미술의 계보를 정리하고, 지역 우수작가와 세계를 잇는 교두보로 미술관을 일구겠다”고 강조하며 “올해 추진 중인 ‘제1회 김병종미술상’을 계기로 국내외 우수 작가를 지원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미술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끝으로 “미술관이 한국을 대표하는 ‘생명 예술’의 거점이 되길 바란다”며 “시민의 일상과 함께하면서도 세계로 뻗어나가는 미술관, 그것이 제가 꿈꾸는 미래”라고 했다.
한편, 허 관장은 영남대학교 미학미술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포항시·울산시 학예연구사를 거쳐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겸임교수를 지냈다.
남원=최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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