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지방팬 생존기] ③"덜 외롭고 더 행복해요"⋯똘똘 뭉치는 트로트 팬덤

“함께라서 괜찮다”⋯비수도권 팬이지만 덜 불편한 이유는?
무엇이든 같이 하는 것이 기본⋯지역 축제 시즌에 더 똘똘 뭉쳐
틈날 때마다 지역·권역별 모임에 기부, 나눔, 지역경제 활성화도

김희재 랩핑 버스를 보유한 인천·부천·안산지역 희랑별들 인증 사진. /본인 제공

“공연 보러 가고 싶은데 차가 없다고요? 그럼 차 있는 사람이랑 같이 가면 되죠.”

트로트 가수 김희재를 응원하는 이미숙(가명·71) 씨는 비수도권에서 팬 활동을 하며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김희재 공식 팬클럽 ‘김희재와 희랑별’에서 닉네임 핑클루비(전주)로 활동하고 있다.

타 장르 팬들은 시간과 비용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공연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아침부터 서둘러야 하고, 교통이 좋지 않아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동에만 기본 5만 원 이상이 들어 비용 부담도 크다.

하지만 트로트 팬덤은 조금 다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 있으면 서로 차를 타고 움직여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다른 팬덤보다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적은 이유다.

이 씨는 “종종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지역이 있다. 그럴 때 차가 없다고 이야기만 해 주면 아는 팬끼리 서로 연락해 인근 지역에서 출발하는 희랑별의 차편을 소개해 준다. 가고 싶은데, 못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평소 팬들 사이에서 쌓인 신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트로트 팬덤은 개인 활동이 많은 다른 장르의 팬덤과 달리 무엇이든 같이 하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트로트 가수의 활동이 늘어나는 지역 축제 시즌이면 더 똘똘 뭉쳐 서로를 의지한다.

닉네임 ‘핑클루비’로 활동 중인 이미숙(가명·전주) 씨가 지난달 29일 고창읍성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52회 고창 모양성제 축하 무대에 오르는 김희재를 위해 사비를 들여 부스를 설치했다. /본인 제공

이 씨는 “축제 시즌이 되면 지역 희랑별들이 사비를 들여 축제 부스를 설치한다. 김희재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앨범, 키링, 팔찌, 응원봉도 무료로 나눠 준다. 축제 없을 때 같이 모여서 주황색 구슬과 실을 사서 키링, 팔찌도 만든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비수도권 팬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 활동하고 있다. 틈날 때마다 지역·권역별 모임을 갖는 것도 큰 특징이다.

그는 “각자 친한 희랑님(희랑별 팬을 칭하는 말)이 있긴 할 테지만, 지역·권역끼리 모여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수도권보다 자주 못 만나도 종종 모임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김희재 이야기만 하는데, 하루종일 해도 안 질린다”며 웃어 보였다.

트로트 팬덤은 단순히 가수만 응원하는 게 아니라 기부와 나눔부터 지역 경제 활성화까지 돕는다. 본인들이 팬덤 활동을 하면서 느낀 행복을 주변에 나눠 주는 모습이다.

이 씨는 “처음에 김희재가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선한 영향력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팬은 가수 따라간다고, 우리도 기부와 나눔을 많이 하면서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무조건 지역 축제가 열리면 그 지역의 경제를 살리자고 이야기한다.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서 생수 한 병도 휴게소에서 안 산다. 그 지역에 가서 돈 쓰려고 노력한다. 점심, 저녁은 기본이고 지역 특산물도 많이 사간다. 우리 희재 님을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관련기사 [지방팬 생존기] ②"돈 안 쓰면 팬 아닌가요?"⋯같은 마음 다른 방식 [지방팬 생존기] ①오늘도 서울행⋯'천근만근' 덕질 분투기
박현우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부안“떠날 줄 알았죠?”⋯전국서 가장 유명한 시골마을 꿈꾼다

문화일반[지방팬 생존기] ③"덜 외롭고 더 행복해요"⋯똘똘 뭉치는 트로트 팬덤

사건·사고완주군 용진읍 된장 제조 공장서 불⋯6500만 원 피해

문화일반[안성덕 시인의 ‘풍경’]분홍

군산"기초의원은 다치면 상해 보상금 '두 번' 챙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