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식 새만금사업법, 매립–조성–분양 한 묶음 구조가 개발 속도 지체 원인 매립권료·총사업비 정산·공유수면 승인…민간 뛰어들기 어려운 ‘비용·규제 3중벽’ 11개 SOC 모두 개별 예타 대기…가덕공항·달빛철도처럼 일괄면제 없으니 수년씩 지연
새만금 개발이 30년 넘게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재정 부족이 아니라 ‘법·절차·비용’이 얽힌 구조적 설계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현행 새만금사업법과 예타·총사업비 산정 체계는 지금의 개발 모델과 산업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사업 전체를 과거 틀에 묶어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가장 뚜렷한 문제는 새만금사업법의 구조적 한계가 꼽힌다. 방조제 완공 직후를 전제로 지난 2008년부터 시행된 현행 법은 새만금 개발을 ‘매립과 조성, 분양’이라는 단일 흐름으로 규정해 놓았다.
이 틀에서는 새만금개발공사가 매립비·조성비·금융비용·분양 리스크를 사실상 모두 부담하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민간은 완성된 땅만 사는 구조에 머물러, 투자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규제 특례·산업 기능 반영 등은 사실상 법 체계에 담기지 않는다.
실제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개발청 등이 새만금에 현재 추진하려는 RE100 기반 산업단지, 디지털 실증, 폐배터리 전주기 평가, 첨단 농생명 실증단지 같은 신산업 기능은 현행 법 체계로는 포괄할 수 없어, 사업이 부처별 개별 사업으로 흩어지고 추진 주체도 분절돼 있다.
새만금을 ‘미래 전략기지’로 발전시키려는 전북자치도의 로드맵을 감당하기엔 법적 뼈대가 지나치게 낡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비용 구조도 발목을 잡는다. 현행 현행 공유수면 관리·매립 관련 규정과 총사업비 정산 체계에서는 공공이 매립을 할 때는 매립권료가 총사업비에 포함되지 않지만, 민간이 매립할 경우에는 매립권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하고 총사업비 정산까지 의무적으로 따라붙는다.
즉 같은 땅을 만드는 과정에서 민간만 비용을 두 번 내는 셈이 되고, 매립이 길어질수록 금융비용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민간이 매립 단계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 리스크는 온전히 민간이 지고, 수익은 보장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초기 단계 투자 자체가 설계상 봉쇄돼, 민간이 설계부터 발을 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문제는 최근 계속 유찰되고 있는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공모 사례가 그대로 방증한다.
예타 체계도 핵심 병목으로 지적된다. 새만금국제공항을 제외한 11개 SOC가 모두 개별 예타를 거쳐야 하는 구조에서는 사업 하나가 움직일 때마다 수년 단위의 지연이 불가피하다. 남북3축 도로, 내부간선, 환경생태 2-2단계, 배수갑문 증설 등 현재 예타 대기 중인 핵심 사업 규모만 2조 1739억 원에 이르며, 지연이 길어질수록 물가·공사비 상승 등 추가 비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예타 단계의 시간 손실이 결국 전체 개발 속도를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구조다.
반면 가덕도신공항·대구경북통합신공항·달빛철도 등은 특별법을 통해 예타를 일괄 면제받으며 신속한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 동일한 국가사업임에도 새만금만 ‘개별 심사와 순차 처리’라는 틀에 고착돼 있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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