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 담아내
첫 장편소설 <좀비시대>를 통해 동시대의 윤리와 사회문제를 치열하게 담아내 문단의 주목을 받은 방서현 작가가 두 번째 장편소설 <내가 버린 도시, 서울>(문이당)을 출간했다. 자본주의 중심에 있는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소설은 초등학생인 ‘나’를 통해 자본에 찌든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골목에 있는 다가구주택에 살았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다. 책상 하나를 놓고 겨우 한 사람 누울 수 있는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의 기억이 소설의 단초가 됐다. 사는 곳에 따라 ‘똥수저-흙수저-은수저-금수저’로 나뉘는 학교 아이들을 중심으로 뻗어가는 이야기 구조다.
초등학교는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 대신, ‘수저’를 기준으로 서열을 세우는 공간이 돼버렸다. 아이들은 서로 사는 동네를 바탕으로 계급을 나누고 그 속에서도 힘과 외모, 부모의 능력을 기준으로 세세하게 서열을 짓는다. 학교에서 도덕성과 인성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열과 계급을 통한 줄세우기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암담한 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다. 자연스레 수저계급론을 내면화하고,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체념과 안주로 갈음하도록 몰아가는 도시의 부당함을 무력하게 응시할 뿐이다. 균열을 목도하고도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회피하게끔 하는 자본 논리와 디스토피아적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은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포기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한다.
방서현 소설가는 “오래 전 서울에서의 삶을 생각해 본다. 서울에 살며 난 한때 도시의 삶을 당연하게 여기고 눈뜬 봉사가 되어버렸다”며 “자본주의 세계에 살면서 나도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난 다른 세상을, 또 다른 세계를 홀로 꿈꾸기 시작했다”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논산에서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작가는 2022년 첫 장편소설 <좀비시대>를 출간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장편소설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문학나눔도서에 선정됐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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