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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신문고] “안전은 효율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국토부 졸속 행정 탓
해체감리 독립성 흔들

/이성열 전북특별자치도건축사회 회장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대규모 사업으로 다수의 건축물을 해체하는 경우에는 인허가 신청 및 처리, 감리 지정 등에 합리화라는 명목하에 건설사업관리자에게 해체공사감리자로 우선하여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물관리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이는 철거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규모 공공사업에서 건설사업관리자에게 둘 이상의 건축물을 해체하려는 경우 해체공사 감리를 우선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행정 효율만 보면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경만은 아니다.우리는 이미 2021년 광주 학동에서 철거중이던 건물이 도로쪽으로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치고, 무고한 시민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참사를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완벽하지는 않겠으나  안전관리와 감리제도가 강화되어, 현재에는 일정 수준의 안전장치가 마련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공공건축물 등에 수반되는 해체공사,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공사 등 대규모 해체공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해체감리는 행정절차가 아니라 안전장치다. 해체공사는 단순히 건물을 부수는 철거가 아니다. 해체공사에는 해체계획서, 구조안전 검토, 현장 감리가 필요하다. 줄여야 할 것은 반복되는 행정절차이지, 현장의 위험을 확인하는 감리가 아니다.

감리는 독립되어 있어야 한다. 감리는 공사를 빨리 진행시키는 역할이 아니라, 위험하면 멈추게 하는 책임과 역할이다. 그러나, 기간과 공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우선시해야 하는 건설사업관리자에게 해체공사감리자로 우선하여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면 해체공사감리자의 독립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해체공사감리자는 더 이상 견제 장치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절차다. 제도를 바꿀 때는 해체공사에 대한 계획과 감리를 수행하는 현장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가인 건축사의 의견을 먼저 들어야 한다. 사고가 나면 현장 감리자와 건축사에게 책임을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건축사와의 충분한 협의없이 바꾼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규모 건축물의 민간 해체공사에는 엄격한 감리 기준을 적용하면서 대규모 공공사업에는 예외를 두는 것은 이중 잣대이자 건설사업관리자에 대한 특혜이다. 공공사업이라고 사고 위험이 낮은 것은 아니다. 한 감리자가 여러 건축물의 해체공사를 동시에 맡는 것도 우려스럽다. 여러 현장을 한 사람이 꼼꼼히 보기 어렵다면 감리는 현장 확인이 아니라 서류 확인으로 흐를 수 있다.

국민의 안전을 말하는 정부라면, 해체공사 현장의 위험을 감시하는 눈부터 지켜야 한다. 공공주택 공급도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맞바꿀 수는 없다. 국토부는 해체감리의 독립성을 흔드는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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