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기 제2사회부 부장·정읍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묻어나고 추억이 배어 있는 곳으로 다가섰던 시골의 논두렁과 밭두렁이 언제부턴가 '긴장'을 야기는 한 곳이란 이미지로 채색되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논·밭두렁 하면 농촌이 고향인 중년이상의 세대에겐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둑길을 따라 보리피리를 불며 거닐거나, 새참을 들거나, 참새 등을 쫓던 낭만 및 향수어린 곳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논·밭두렁이 이제는 마냥 그렇지 만은 않은 곳으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몇해전부터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임야를 잿더미로 변하게 해 생태계 파괴는 물론 재산 및 귀중한 목숨 피해 등의 되돌리기 어려운 재앙마저 불러와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논·밭두렁이 봄철 산불 주요 진원지로 부각되고 있어 안타까움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쥐불놀이와 논·밭두렁을 태우던 불씨가 인근 임야로 번져 산출하기도 쉽지 않은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화마(火魔)의 복병으로 인식될 정도이다.
이러한 인식은 소방당국이 최근년에 발생한 산불을 분석한 자료를 보더라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논·밭두렁 산불 진원지화
전라북도 소방본부가 지난 2002∼2002년까지 최근 3년동안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산화(山火)
를 집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총 4천5건에 달해 매년 평균 1천3백30여건의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인해 3년동안 숯덩이로 변한 임야 면적만도 4천6백26만평으로 한햇동안 서울 '여의도'면적(약 90만여평)의 17배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면적은 행정기관 등에서 공식적으로 산정한 것이지 실제 신고되지 않거나 누락및 집계되지 않은 피해 면적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게 소방당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인명피해는 사망 5망, 부상 8명으로 집계됐다.
산불원인별로 보면 성묘객 및 등산객 부주의, 군훈련,쥐불놀이, 논·밭두렁태우기, 기타 등으로 드러났다.
이중 논·밭주변에서 쥐불놀이를 포함한 논·밭두렁 태우기로 인한 산불이 1천6백99건으로 전체 발생건수의 42.4%나 차지,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같은기간 논·밭두렁을 태우다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밝혀져 전체 인명피해의 비중에서도 절대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종전에 비해 논·밭두렁 태우기에서 비롯된 산불이 크게 늘어난데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예방차원의 지원및 관심 절실
우선 인화성 물질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10여년전 부터 농촌지역의 난방 및 취사가 화석연료로 대체되면서 논·밭두렁과 인접지역 임야에 잡풀 및 잡목이 빽빽해졌다.
예전 같으면 농촌주민들이 낫 등으로 잡풀 및 잡목을 가을철에 베어내 땔감으로 저장했으나 요즈음에는 난방 취사연료로 대부분 석유·가스 등을 이용, 봄철까지 수풀이 우거져 있기 일쑤이다.
여기에다 농촌지역 피폐화로 젊은이들이 다 빠져나가고 고령화되어 노동력이 부족함에 따라 봄철이 되면 잡풀및 잡목제거에 불이 쉽게 이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만큼 산불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일부 시·군에서는 최근 공무원들을 동원해 단속하고 있으나 농민들은 공무원들이 퇴근한 이후를 틈타 논·밭두렁 태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산불방지 대책으로 산림과 인접한 1백m이내에서 논·밭두렁을 태울 경우 10만원에서 최고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하는 현행 법규만이 능사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영농편의와 병해충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고집하는 고령화된 농촌주민들을 법규강화 등으로 무조건 막거나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하기보다는 보호조치아래 논·밭두렁 태우기를 할수 있도록 하는등 예방차원의 행정지원 및 관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화마로 인한 피해 심각성과 부작용이 너무나 큰 상황에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고령화된 농민들에게만 맡겨 놓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홍동기(본사 제 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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