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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최대위기..81년 역사상 최악의 치욕

 

세계최대의 공영방송이자 공정보도의 대명사란 찬사를 받아왔던 영국의 BBC 방송이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정보 조작 논란으로 81년 역사상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영국 정부의 WMD 정보 조작 의혹과 국방부 무기전문가 데이비드 켈리 박사 자살사건을 조사해온 허튼 위원회는 28일 "영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WMD 정보를 조작했다는 BBC 방송의 보도는 근거 없는 것이었으며 BBC의 보도국 운영체제에 결함이 있었다"는 판정을 내렸다.

 

"운영체제 결함'을 운운하는 충격적인 판단이 나오자 데이비스 이사장이 즉각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BBC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감독하는 최고책임자인 이사장이 오보 논란과 관련해 사임한 것은 BBC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관측통들은 29일 오전 시작된 BBC 이사회의 `위기 대책 회의'가 끝나면 12인 이사회 총사퇴, 제작간부들의 무더기 사임, 보도제작관행 개편 등 미증유의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데이비드 이사장은 사임 성명을 통해 "조직의 최고위직에 오른 사람은 행동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심판관을 선택할 수 없지만 심판관의 결정은 최종적인 것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고 말해 허튼 위원회의 판정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는 위원회를 주관한 판사 브라이언 허튼 경이 증거를 균형있게 검토하지 않았으며 검증되지 않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을 함으로써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영국 기자들의 노동조합인 전국기자연맹도 BBC 보도를 `근거 없다'고 비판한 허튼 경의 판정은 "언론을 전혀 모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기자연맹의 제레미 디어 사무총장은 "허튼 경의 생각에 관계없이 정부가 WMD 정보를 왜곡, 조작했다는 BBC의 보도는 진실을 담고 있다"면서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지 않고 자구에만 집착한 편협한 판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레그 다이크 BBC 사장도 성명을 통해 "일부 잘못된 주장이 있었으며 이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켈리 박사는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이었으며 그의 주장이 제대로 보도됐다면 국민이 알아야할 필요가 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튼 보고서를 통해 `완벽한 승리'를 인정받은 영국 정부는 정부 정책에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온 BBC를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손을 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BBC가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기세를 올렸고 테사 조웰 문화장관은 BBC 방송의 허가장을 갱신할 때 허튼 보고서에서 지적된 내용을 고려하겠다며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세계최고의 공영방송 BBC가 이라크 WMD 실체를 둘러싸고 영국 정부와 벌인 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초래된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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