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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100년동안의 사랑

우리 인간생활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을 만나는 것도 그렇고, 음식을 먹는 것도 그렇고, 잠을 자는 것도 그렇다. 철근콘크리트 건축물이란 철근과 콘크리트를 결합해서 만든 집을 말한다.

 

그런데 그 철근과 콘크리트가 사랑을 하고 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무표정하게 회색빛으로 바보처럼 서있는 것 같은 저 아파트와 빌딩에 사랑의 기운이 배여 있다면 정말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자그마치 백 년 동안이나 헤어질 줄 모르고 밤낮없이 서로를 꽉 껴안은 채!

 

철근은 잡아당기는 인장력에 무척 강하다. 반대로 콘크리트는 위에서 내리누르는 압축력에 아주 강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 두 재료를 따로따로 두면 그냥 별 볼일 없는 그런 재료이지만, 둘을 붙여 놓으면 누르든 잡아당기든 엄청난 강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철근콘크리트로 인해서 63빌딩이 가능하고, 월드컵 주경기장이 가능하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0층 고층아파트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한번 붙여 놓으면 자연적으로 수화열(水和熱)을 발산하기 시작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더 강하게 끌어안고 다시는 풀어놓을 줄을 모른다. 그렇게 장장 50년을 버틴다. 철근의 휘어 돌아가는 울퉁불퉁한 돌기를 따라 콘크리트는 압박을 풀 줄 모르고, 콘크리트의 강한 압박에 철근은 제 몸에 녹이 슬 때까지 무려 50년 동안이나 운명처럼 끌어안고 있는 것이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우리 인간하고는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랑은 50년도 찰나인 듯, 점점 강한 압박으로 껴안기만 하던 그들도 무심한 세월 속에 서서히 압박을 풀어가게 된다. 헤어지는 것은 어차피 누구나 숙명인 것이므로!

 

그렇게 해서 철근콘크리트는 100년 동안을 견딘다. 그리고 그 사랑의 결실로 그들은 「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와 사무실과 가게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최상철(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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