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강남점 김미루 사진展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김미루(28)는 철학자 도올 김용옥의 딸이라는 배경을 제외하면 아직 국내엔 낯선 이름이다.
25일부터 갤러리 현대 강남점에서 열리는 '나도(裸都)의 우수(憂愁)' 전은 그가 자기 존재를 한국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첫 번째 무대다.
작가는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지만, 전시 첫 주인공은 사진이다. 주제는 대도시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폐쇄된 기차역이나 버려진 공장, 발전소, 노숙자의 은신처로 변한 터널, 수로, 선박폐기장, 파리 지하묘지의 납골당, 한강 다리 밑 하수도까지 화려한 치장을 버린 도시 속 버려진 공간들이 사진 속에서 벌거벗은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2005년부터 이뤄진 이 작업이 애완용 쥐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쥐를 좋아해 애완용 쥐를 키웠는데 그 쥐가 죽으면서 도시의 시궁창에 사는 쥐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러다 도시 속에서 더럽고, 무시당하는 도시쥐 같은 존재를 찾아다니게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지하공간 같은, 사람이 잘 가지 않는 공간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그렇게 발견한 곳이 바로 도시 속 폐허였다. 도시나 산업 시설 속 출입금지 지역이나 숨겨진 곳을 찾아나서는, 일명 '도시 탐험가'(urban explorer)라고 불리는 사람들처럼 그는 도시 속 폐허를 직접 찾아다니며 한때는 휘황찬란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아 죽어버린 공간들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나 뭔가가 밋밋했다. 이제는 죽어버린 공간 속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함께 표현하고 싶었지만 퀴퀴하고 더러운 데다 위험하기까지 한 공간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었고 모델을 고용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작가 자신이 모델이 되기로 하고 카메라 앞에 누드로 섰다. 어떤 문화적 요소나 특정 시대를 나타내는 요소를 배제하고 싶어 선택한 누드는 누드 자체의 에로틱한 느낌은 거의 없이 그 때 그 때 장소에 대한 작가의 자유로운 느낌을 전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첫 전시는 사진이었지만 특정 장르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 작가는 전공인 회화는 물론, 영상 작업까지 다양한 방면의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선 50여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판매 수익금 일부는 도시화로 소외된 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는 다음달 13일까지. ☎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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