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좌도-화려운 우도, 어울리며 공존
호남농악은 경기, 강원, 영남농악보다 동작이 유연하고 화려한 복장과 가락의 채를 바꾸는 솜씨가 뛰어나다.
호남농악은 다시 좌도농악과 우도농악으로 구분된다.
좌도농악은 전라선 철길을 따라 내려가며 그 주위에 분포하는 농악으로서 진안, 임실, 남원 등지의 농악을 말한다. 우도농악은 호남선 철길을 따라서 퍼져 있는 익산, 김제, 부안, 정읍, 고창 등지의 농악을 일컫는다.
좌도 농악이 섬진강 유역의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산악지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비하여 우도 농악은 영산강과 금강유역의 평야지대의 농악이다.
좌도 농악은 복색이 간편하며, 전립과 구슬상모을 쓴다. 동작은 기민하고 활기가 있다. 그래서 가락이 빠르고 힘차며 단순하다. 개인 연기보다 단체 연기에 치중하며, 밑놀이 가락보다 윗놀이 동작에 치중하여 소박하고 동적이며 남성적이다.
이에 비해 우도 농악은 복색이 화려하고 꽃이 달린 상모에 꽃 달린 고깔을 주로 쓴다. 가락이 섬세하면서 느리고 유연하며 다양하다. 단체 연기보다 개인 연기에 치중하며, 윗놀이 동작보다 밑놀이 가락에 치중하며, 또한 판굿이 발달하여 연희적이며 잡색놀이가 잘 발달되어 있다.
음악과 동작을 동시에 가리키는 명칭으로 좌도는 '채'라는 용어를 많이 쓰고, 우도 농악에서는 '가락'이란 말을 많이 쓴다.
농악대의 편성도 좌도 농악의 동작 위주의 전립대와 우도의 가락위주의 고깔대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쇄납과 바라가 곁들여지고 대포수·창부·노구·중·조리중·무동·양반광대·할미광대 등의 잡색으로 이루어진다.
윗놀이의 종류로는 상좌놀음, 사사윗놀음, 산치기윗놀음, 돗대치기, 이슬털이, 까치걸음 등이 있으며, 밑놀이 가락도 행진굿, 반삼채, 도드리굿, 호호굿, 영산굿 등 다양하다.
"우도와 좌도는 천양지차로 다른 가락을 친 것처럼 알기 쉽습니다만, 실제로 우도·좌도 지방의 촌로들을 만나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우도도 우리 필봉만큼이나 '겐지겡' 가락을 많이 쳤고, 굿 시작할 때 휘모리-된삼채-휘모리로 한바탕 친 뒤에 외마치 질굿으로 출발하는 것도 똑같습니다. 현대 우도굿은 삼채가락을 매도지로 끝내는 것이 원칙처럼 되어 있지만 옛날 우도는 우리 필봉굿과 마찬가지로 모든 가락은 휘몰이로 몰아 끝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좌도는 부들상모, 우도는 뻣상모 그러지만 여성 농악이전에는 다 부들 상모였습니다. 물론, 우도·좌도의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그 차이라는 것이 비유를 하자면 말씨의 차이와 비슷한 것이지, 요새처럼 골격부터 생판 다른 것은 아닙니다. 말씨의 차이는 우도·좌도도 다르지만 남도 북도 또 다릅니다. 요새는 전남, 전북 하지만 옛날엔 전라 우도, 전라 좌도로 행정구역이 나눠졌기 때문에 굿도 좌도굿, 우도굿 하게 된 것뿐일 겁니다."
'풍물굿을 배우는 젊은이들에게'라는 고 양순용 명인(임실필봉농악)의 글이다. 이 글을 살펴보면 좌도와 우도의 차이가 다시 좁혀지면서 호남농악의 특징이 좀 더 명확해진다. 산간과 평야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펼쳐지듯이 전북의 농악도 좌도와 우도가 서로 어울리며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승수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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