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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깊은 주름 위로 흐르는 지혜를 보라

인터뷰 사진집 '위즈덤(Wisdom)' 출간

젊은이들은 나이 든 이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노인들이 살아온 길고 질긴 세월과 그로부터 얻은 삶의 지혜란 말 한두 마디로 전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2007년 서른 살이었던 사진ㆍ영상 작가 앤드루 저커먼은 65세 이상의 명사들을 찾아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넬슨 만델라, 주디 덴치, 클린트 이스트우드, 앤드루 와이어스, 데이브 브루벡, 나딘 고디머, 제인 구달, 존 흄 등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이들은 '이제껏 살아보니 어떻더라'라는 이야기를 들려줬고 카메라 앞에서 조용히 웃었다. 저커먼은 이들의 말과 얼굴에서 인생의 지혜를 찾아내 책에 담았다. 이 책이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위즈덤'(샘터아트북 펴냄)이다.

 

정치인이나 예술가, 작가, 인권 운동가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으나 이들은 명사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이며 지혜로운 노인이다. 사진도 아무런 배경이나 소품 없이 온전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찍었으며 이들의 주름 팬 얼굴에서는 이제껏 살아온 세월이 묻어난다.

 

이들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자신의 삶을 진정 풍요롭게 한 것은 헛된 명성이 아니라 사람과 일을 향한 사랑과 열정이었다고 귀띔한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로버트 레드포드는 "명성은 섀도복싱 정도나 할 상대이지 온몸으로 씨름할 상대는 아닙니다. 이름이 알려질수록 그 명성을 앞질러 가세요"라고 권한다.

 

무심한 표정의 헨리 키신저는 "무리한 야망을 키우지 마세요. 해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면 커리어는 알아서 굴러갑니다"라고 말하며, 당당한 표정의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매들린 올브라이트는 유리천장을 부수는 데 기여한 사람이지만, 자식과 손주들한테 나는 그냥 나예요"라고 말한다.

 

명사들은 진심을 담아 인생의 조언들을 들려주지만 "이렇게 살아라"라는 잔소리를 늘어놓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나이가 든다고 어느 날 번쩍 득도하는 것은 아니며 그저 묵묵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수록 멍청해져서 지혜란 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저 내가 아는 뭔가를 물려줘서 누구든지 거기서 영양가 있는 걸 꺼내 쓰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주디 덴치)

 

"나이가 들면 이런저런 것에서 손을 떼고 맘 편하게 뒤로 물러나 절로 지혜로워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착각이 없더라고요. 노년이란 두 번째 사춘기더라니까요." (나딘 고디머)

 

명사들은 야심 차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하는 대신 '순수하게' 살아가라고 권한다. 사랑과 배려, 남을 위해 사는 삶을 강조하는 것.

 

귀에 보청기를 낀 채로 부처 같은 미소를 짓는 넬슨 만델라에게서는 그야말로 '부처님 말씀'이 쏟아져 나온다.

 

"눈에 보이고 의사가 고칠 수 있는 상처보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훨씬 아픕니다. 남에게 모멸감을 주는 것은 쓸데없이 잔인한 운명으로 고통받게 하는 일이란 걸 알았습니다.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이기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며 단번에 읽는 것보다는 51명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듯이 한명 한명 만나보면 좋을 책이다. 지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인터뷰 영상을 담은 60분짜리 DVD를 부록으로 넣었다.

 

이경희 옮김. 216쪽. 1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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