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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사진, 내 인생이나 다름없지" 원로 사진작가 김학수 씨

전북일보에 흑백사진 연재…한장의 사진이지만 독자들에 온고지신의 지혜 전하고 싶어

"녹슬면 기름칠해 가면서 썼던 기계예요. 얘도 나만큼 늙었네요."

 

35년된 확대기를 쓰다듬는 늙은 사진작가의 손길을 따라 떠나보낸 시간, 잊혀져간 기억이 되살아난다.

 

매주 목요일 전북일보에 '김학수의 오래된 기억'을 연재하게 된 사진작가 김학수 선생(76). 어수선한 세상, 사진 재료상을 크게 하던 집안 어른 밑에서 일을 배우다 사진을 알게 됐고 지도를 제작을 하는 부대로 군대를 가게 되면서 사진과 가까워 졌다. 라이카 카메라 한 대가 쌀 20∼30가마 하던 시절부터 그렇게 그의 사진 경력은 50년이 됐다.

 

"옛날 사진들을 보면 빛 바랜 사진이 내 인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사진 덕분에 애들도 가르쳤고, 상도 받았고, 사진일 한 게 내 인생의 전부지요. 흑백으로 고집스럽게 마감짓는다 생각하니 퍽 즐겁고 고맙고 행복합니다."

 

그 때는 다 흑백이었다. 호기심으로 몇 번 해봤던 칼라사진은 애들 돌사진이나 찍어주는 정도. 그는 "우리 주변은 총천연색인데, 흑과 백으로만 찍어서 보면 단조로우면서도 강렬해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더 잘 나타낼 수 있었다"고 했다. 실루엣을 좋아해 역광사진이 많은 것도 특징. 작품 거의가 역광으로, 그림자가 전부 앞에 있다.

 

"우리 할아버지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셨죠. 어머니는 군대 끌려간 형을 위해 새벽이면 우물에서 물을 떠다가 장독에 올려놓고 빌었고요. 그런 기억들이 제 의식 속에 남아있었던 것 같습니다."

 

허리 굽혀 수확을 하고 있는 농부들, 늦여름 소금을 걷어들이는 염전, 뿌연 먼지를 일으키는 방앗간…. 그의 카메라에는 옛 풍경들이 담겨있다. 간첩 올라온다고 철조망을 쳐놨던 서해안을 카메라 들고 기웃거리다 끌려갔던 일, 주막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던 어르신들에게 담배 한 갑 사드리고 찍은 사진들, 개가 교미하는 장면부터 개장수에게 팔려가는 운명까지 개의 일생을 사진으로 찍어 전시했던 일, 50년이 지난 지금도 사진과 관련된 기억들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좋다.

 

"2007년 국립민속박물관에 사진을 기증하고 나서 사람들로부터 이왕이면 우리 지역에다 남겨놓지 그랬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민속박물관에서 전시도 해주고 사진집도 잘 만들어 줬지만, 신문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 책꽂이 장서로 있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 싶습니다."

 

원로 사진작가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뿌리는 잊지말아야 한다"며 "한 장의 사진이지만 독자들에게 온고지신의 지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1982년 전북일보와 첫 인터뷰를 했었다"며 "그 때의 인연으로 전북일보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도 덧붙였다.

 

전주가 고향인 선생은 대한민국사진대전 초대작가로, 국내에서 여러차례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졌으며 미국과 중국에도 초대돼 한국의 풍경들을 낯선 땅에 옮겨놓기도 했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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