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나포길벗공동체 돕기 전시회에 작품 내놓아
"나는 원래 신부지, 화가가 아니거든요. 회갑 맞아 동양화 한 점씩 추렸다고 하면 될까. 더 있다 해야 겠다 마음 먹으면 부족할 것 같고, 더 보여줘야겠단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죠. 그림이 변합디다."
10월 완공을 앞둔 지적 장애인 단체인 군산나포길벗공동체를 돕기 위한 '제7회 전주교구 가톨릭 미술가회'에 70여점을 출품한 현유복 분도 신부(61·익산 금마성당). 3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는 그로서는 아주 특별하다.
1997년 개인전 이래 이렇게나 많은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기는 처음. 그림과 어울려 아름다운 마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된다며 흔쾌히 내놓았다.
그는 해성고 미술교사 한소희씨 눈에 들어 일찌감치 캔버스를 접했다. "4년간 한 선생님한테 소묘 작업을 배웠네요. 목탄으로. 없이 살 때니까, 그것도 감지덕지였죠. 색 다루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서 그런지, 갈수록 동양화가 더 끌렸습니다. 칠하지 않고도, 푹 젖어 들어가면서 나오는 색이 좋았어요."
그가 전업화가가 아닌 수도자의 길을 선택한 것은 숙명에 가깝다. 6대에 걸친 가톨릭 집안.
신학교 재학 시절 동양화가 석성 김형수로부터 사사해 전통산수를 배웠다는 그는 이국적인 풍광도 어떻게든 수용해 동양적인 풍광으로 넓고 깊게 담아낸다. 대표작 '금강산 만물상'은 높게 솟은 금강산 봉우리에 짙은 안개가 걸쳐져 있는 담백한 산수화. 예술은 미완성이라지만, 70여점을 추렸어도 마음에 내키는 게 몇 점 안된다면서 마음을 비워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산행을 하면서 산맥도 보게 되고, 꽃이 맺어졌다 피었다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의 완급을 보게 되는 거죠. 그래서 동양화는 수십년을 익혀야 되는 겁니다."
그는 '현유복체', 지금으로 말하면 캘리그래피(손글씨) 1대 창안자다. 1980년대 가톨릭 성가책, 천주교 전북교구 계간지 「쌍백합」 등에 그의 호흡과 손맛을 고스란히 담은 글꼴을 선보이기도 했다. 모든 일상이 미술을 만들어가는 행위라고 여겨 전주 용머리성당, 진안성당의 건축 설계도 그의 손을 거쳤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과 장애인을 위한 동선과 공간 배치는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
"사람은 더불어 같이 사는 겁니다. 그림도 그래야죠. 복음을 화폭에 담는 일은 많지 않았으니, '복음 속의 동양화'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엔 가톨릭 미술가회 23명 회원들의 작품도 각각 한점씩 전시된다. www.jbartmus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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