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의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파리를 녹였다
국민 요정 피겨 여왕 김연아가 최근 열린 '파리 피겨 스케이팅 그랑프리'에서 역대 최고 점수로 1등을 했다는 뉴스! 반갑기 그지 없다. 프리 프로그램 음악이 조지 거슈인(George Gershwin, 1898~1937)의 피아노 협주곡이라니 김연아 덕에 클래식 음악에 무심하던 이들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김연아는 클래식 음악과 아주 친한게 틀림없다. 예전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를 선택하여 음악과 완전히 어울어진 스케이팅을 보이며 우리 국민들에게 긍지로운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하였는데 이번엔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을 음악으로 택했다니 그녀는 클래식 음악에 의견이 깊어서 그렇게 예쁜가보다. 예뻐도 태있게, 우아하게 예쁘지 않던가? 세헤라자데>
클래식 음악은 사람을 예쁘게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랬다. 그리스 시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의견이 그랬고 중국의 공자, 순자의 의견도 그랬으며 우리나라 이율곡 선생도 그렇게 생각했다. 정돈된 음악은 우리 인간의 심성을 바르게 한다고 얘기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클래식 음악은 그만큼 공들인 음악이기 때문이다.
거슈인은 12세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13세에 화성학을 공부했다. 16세에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뉴욕 리믹 악보 출판사에서 유망한 구매자들에게 새로운 팝송을 알려 주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음악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선율과 리듬에 천부적 재질이 있었음에도 작곡을 위한 기술적 훈련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곧 브로우드웨이 쇼를 위해 그리고 낱장으로 된 음악의 출판을 위해 대중음악을 쓰게 되었고, 21세 때는 가수 알 졸슨(Al Jolson)에 의해 유명해 진 <스와니(swanee)> 라는 노래로 성공하게 되어 인기도 높아지고 악보도 100여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그 해에 그는 자신의 뮤지컬을 썼고 35세까지 28개의 작품을 썼다. 뮤지컬 코미디라고도 하는 브로우드웨이 뮤지컬은 20세기 미국 음악에서 중요한 장르이다. 그는 한 정치적 풍자인 <당신에게 나는 노래하네(of thee i sing)> 라는 뮤지컬로 퓨리쳐 상을 수상하는 명예를 얻기도 한다. 당신에게> 스와니(swanee)>
당시 재즈의 왕이라고도 불리던 폴 화이트먼이 거슈인의 재능을 알아 보고 심포닉 재즈를 작곡하기를 권하는데 그 때 재즈 협주곡이라고 알려진 <랩소디 인 블루> 를 작곡하여 큰 인기를 누렸다. <랩소디 인 블루> 는 독주 피아노와 재즈 앙상블을 위한 곡으로서 팝송 형식과 흑인음계라고도 하는 블루음계 및 재즈와 블루스적 요소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이 곡은 다른 미국 작곡가들에게 클래식 음악에 재즈를 결합하는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랩소디> 랩소디>
거슈인은 재즈와 블루스를 클래식에 용해하면 새로운 차원의 음악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고 27세 때 파리를 여행하면서 얻은 영감으로 그러한 차원의 곡 <파리의 미국인> 이란 작품을 발표하여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음악에는 언제나 재즈가 접목되어 있다. 김연아가 선곡한 피아노 협주곡에도 재즈가 용해되어 있다. 사실 고전재즈는 이미 클래식 음악의 한 장르가 되었고 바르톡, 스트라빈스키 등도 재즈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내놓았다. 파리의>
거슈인 스스로 민속 오페라라고 부른 그의 작품 <포기와 베스> 는 오페라 전통의 요소와 재즈, 브로우드웨이 요소를 융합한 작품이다. 여러 전통의 융합은 다양한 이민으로 이루어진 다민족 국가 미국 음악의 한 특징이기도 하다. 포기와>
재즈는 191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적 뿌리의 음악으로 나타나는 장르이다. 이후 여러 양식과 장르 및 사회적 역할을 아우르는 다양한 전통으로 변하지만 래그타임, 댄스음악을 블루스의 요소들과 혼합한 음악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블루스는 기원이 분명하지 않으나 농장의 노동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음악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노예의 신세를 노래하기 때문에 가사의 분위기가 실망, 혹사 혹은 여러가지 근심을 노래하는 것이다. 그같은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미국은 백인과 흑인의 음악이 융합된 재즈를 그들 문화의 중심에 놓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가 생성의 역사가 비교적 길지않은 미국은 따라서 정통 클래식 음악의 전통도 일천하기 때문에 국력의 신장에 따른 일류 국가의 문화를 일구고자 다양한 문화의 융합을 예술 정책의 기저로 수용했고 그에 따른 창작활동과 음악활동 및 음악교육에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미국은 음악활동의 세계적 중심인 것이다. 거슈인은 태생도 미국 브룩클린이니 그에 대한 미국의 애정은 그런면에서도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김연아 덕에 거슈인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해지는 셈인가?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 는 3악장으로 된 좀 어렵게 느껴질 것도 같은 음악,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김연아가 얼음 위에서 매혹적으로 추는 아름다운 춤을 생각하면 된다. 1악장은 애절한 선율도 있지만 익살스럽게, 장난스럽게 노는 듯 신코페이션이 많은 음악이고, 2악장은 16마디의 주제에 맞게 늘인 12마디 블루스의 화성패턴으로 되어 있으며 애조 가득한 관현악의 분위기에 피아노가 '세상은 정말 아름답다'고 깜찍한 표정 지으며 노래하는 것 같은 음악, 3악장은 빠른 연타 리듬에 의한 생기로움이 생명의 약동을 노래하는 것 같은 음악이다. 피아노>
음악과 하나가 된 김연아의 표정 연기도 예술이니 음악을 온전히 느끼는 김연아! 그녀는 클래식 음악과 아주 절친한 사이인 것이 분명하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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