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적시는 고독하고 애절한 멜로디…당시 아베마리아, 클래식 선율 획기적인 변화 가져와
클래식 음악의 흐름은 약 300년 단위로 획기적인 변화가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9~11세기에는 단성음악에서 다성음악으로의 큰 변화가 있었고, 300년 후 14세기에는 프랑스 주교이자 작곡가이던 필립 드 비트리가 쓴 논문 <아르스 노바 ars nova> 즉 새로운 예술에서 당시까지 쓰이며 완전한 등분으로 생각하던 3박에 불완전한 등분으로 취급되던 2박 계통을 허용하는 음악 내용을 기술하여 <아르스 노바> 는 획기적인 변화의 한 분기점을 나타내는 용어로 수용되었다. 3박으로만 음악을 만들던 관습에서 2박의 허용은 당시로서는 획신적인 변화였던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로 진입하는 변화이었다. 아르스> 아르스>
다음 300년 후인 17세기에는 선법음악에서 조성음악으로, 다성음악에서 화성음악으로 그리고 음악의 주인은 말, 즉 가사라는 주장이 음악 논의의 핵심에 있게 되는 <누오베 무지케 nuove musiche> 즉 신음악, 바로크 음악으로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게 되었고 그 후 300년, 20세기에는 <뉴 뮤직 new music> 즉 신음악 혹은 20세기음악, 현대음악으로 언급되는 음악인 탈-조성(Post Tonal)의 시대로 변화하여 드뷔시로 대표되는 인상주의, 에릭 사티 등의 아방가르드, 쉔베르크에 의해 주창된 12음 음악, 음악 소리는 이제 진부하게 되었으며 현대의 기계문명 시대는 소음에 기초한 새로운 음악을 요구한다며 루솔로가 제창한 미래주의의 소음음악 등 탈-조성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게 되는 것이다. 뉴> 누오베>
지금 21세기, 현대음악은 모든 소리를 녹음하여 편집하는 음악인 구체음악, 컴퓨터로 음악을 만드는 컴퓨터음악, 전자기기를 이용하여 음악을 만드는 전자음악 등 다 언급하기 힘든 다양한 형태의 음악이 행해지고 있다.
그럼 다음 300년 후인 23세기에는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을까? 그때는 우주음악이 있게 될 것도 같다. 달과의 충돌 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냈으니 23세기에는 달나라를 오갈 수도 있을 터. 달나라음악이라는 장르도 나타나지 않을까?
<아르스 노바> 는 너무 먼 시대이고 <뉴 뮤직> 은 너무 가까운 시대이니 17세기 <누오베 무지케> 즉 바로크 음악이 태동하는 시대의 음악으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도 좋을것 같다. <누오베 무지케> 는 생소한 음악이 아니다. 예전 한 방송국의 드라마 <천국의 계단> 에서 타이틀 음악, 배경 음악이 <누오베 무지케> 음악인 줄리오 카치니(Julio Caccini)의 <아베마리아> 이었다. 아베마리아> 누오베> 천국의> 누오베> 누오베> 뉴> 아르스>
르네상스 음악을 꽃피운 이태리 피렌체에서 음악가, 시인, 귀족들이 모여 <카메라타 camerata> 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그 모임에서 인간은 언어로 생각하고 표현하는데 익숙해져 있으니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는 음악의 주인은 언어 즉, 가사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논의되었다. 그들은 당시 그곳에 살던 바르디 백작 집에 모여 그와 같은 주장을 실현 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찾았으며 그 결과 클래식 음악의 흐름에 회기적인 변화를 유도해 낸 것이다. 카메라타>
문화는 시대를 반영하는 법, <카메라타> 가 새로운 음악을 주장하던 시대는 정치, 경제, 과학에도 새로운 변화가 있던 시대다. 왕정체제이던 당시로서 혁신적인 주장인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정치관이 대두되는가 하면 네덜란드나 북이탈리아에서는 당시로서 새로운 경제형태인 자본주의에 의해 귀족계급이 아닌 시민계급도 영화를 누리는 시대였다. 과학에서도 요하네스 케플러가 세상의 중심은 지구라는 당시의 생각을 깨고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이 태양을 돌고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시대였다. 카메라타>
<카메라타> 라는 용어가 '방 친구들' '동료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듯 그들은 함께 모여 당시의 다성음악이 부딪힌 가사 전달의 어려움, 감정 표현의 어려움에 대해 비판하며 음악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였던 것이다. 그 논의의 중심에는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아버지 빈첸초 갈릴레이가 있었다. 그 역시 천문학자이었지만 음악학자이기도 했고 그 모임의 리더이었다. 카메라타>
가사가 분명하게 들려야 표현하는 느낌이 잘 전달된다는 주장은 맞는 얘기다. <카메라타> 의 논의에서 도출된 결과로 아름답게 노래하는 선율을 다른 성부는 반주로 받쳐주기만 하는 음악, 모노디(Monody) 즉 독창노래 음악이 나타나게 된다. 카치니는 <카메라타> 가 주장한 내용을 반영한 노래들을 작곡하여 가곡집을 냈으며 그 가곡집의 제목을 <레 누오베 무지케 le nuove musiche> 라고 했는데, 이 용어가 당시의 음악에서의 획기적인 변화를 지칭하는 용어가 된 것이다. 레> 카메라타> 카메라타>
이와 같은 변화에 의해 극음악인 오페라가 나타나게 되었고, 선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넓은 음역과 빠른 움직임이 수월한 기악음악의 발전도 이루어지며 따라서 악기로만 연주하는 음악-기악음악이 양과 질에서 성악음악과 대등한 위치의 음악이 되는 것이다. 가사 전달이 우선이라는 주장에서 가사없는 음악인 기악음악이 큰 발전을 하게 된 것은 흥미로운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는 성악노래이지만 가사는 단지 A.V.E.M.A.R.I.A 뿐이다. 라틴어 Ave는 '행운이 깃드소서'의 뜻이니 성모 마리아를 칭송하는 노래인 것이다.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 구노의 <아베마리아> 와 함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는 맑디 맑은 기도의 마음으로 노래하는 <누오베 무지케> 의 새로운 음악, 모노디 음악인 것이다. 누오베> 아베마리아> 아베마리아> 아베마리아> 아베마리아>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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