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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인후문화의집 특성화 사업 창작판소리 '왜망실뎐' 12일 공개

어르신들의 삶·가족·마을이야기 구술조사 통해 '세상밖으로'

작업실을 보여주는 김현철 할아버지(왼쪽), 35년째 통장직을 맡고 있는 송태현씨(오른쪽 위), 왜망실 지도를 보여주고 있는 정규화 할아버지. (desk@jjan.kr)

전주 동쪽, 어금니같이 깊고깊은 왜망실. 아중저수지가 끝나는 지점에서도 골짜기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하는 왜망실은 그 이름 때문에 갈등이 있었다. '왜망실'은 임진왜란 때 왜구들이 마근대미재(막은댐)에 세워놓은 허수아비를 보고 그 옆 골짜기를 넘어오다 모두 죽었다고 해서 부르게 된 이름. '왜놈들이 이 곳에서 막을 짓고 살았다'고 해서 '왜막실'로 불리워지기도 했다. '와막골'이라고 불리워지던 때도 있었는데, 왜망실에 있던 가마터에서 구운 기와가 풍남문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돈 팔천원인가 주더라고. 한 달 내 통장 돈, 봉급이…. 나중 그만 둘 적에는 한 삼만원 받았나, 한 오만원 받았나?"

 

35년째 왜망실 통장직을 맡았던 송태현 할아버지(77). 당시에도 온갖 궂은 일은 통장 몫이었다. 송 할아버지는 "언젠가 김해 김씨 족보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족보상에는 마을 이름이 '봉광리'로 적혀있었다"며 "'왜망실'이나 '왜막실'은 구전에 의한 것이지만, '봉광리'는 문헌에 나와있는 명칭이라 개명을 하기 위해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었지만 허사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역사문화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왜망실이 창작판소리 '왜망실뎐'으로 재탄생했다.

 

왜망실에서 오랫동안 거주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살아온 이야기와 가족이야기, 마을이야기 등을 구술조사해 판소리로 만든 이번 작업은 전주 인후문화의집(관장 김현갑)의 '2009 전주 문화의집 특성화 사업' 일환. '언제나 흥겨운 전주대표 소고재비' 김형철 할아버지와 '고생도 눈물도 웃음이라 말재주꾼' 정복순 할머니, '왜망실 첫번째 대학생 앨리트' 정규화 할아버지, '삼십오년 청렴지기 영원한 통장님' 송태현 할아버지, '얼굴가득 인자한 빛 따뜻하고 소담해라' 유복례 할머니, '앞마당 당산나무 왜망실 안녕비는' 정대식 할아버지, '낡은 자전거 폐달 밟아 고향으로 출근하는' 김용기 할아버지, '먼저 떠난 부군을 그리워하는 애틋한 정이라' 최복례 할머니, '볍씨 하나 허투루 않는 정직한 농사꾼' 최완석 할아버지, '아들딸 호강잔치 휘모리 가락으로 살고계신' 김덕문 할아버지 등 왜망실에 거주하고 있는 어르신 10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과 8월 조사했다.

 

어렸을 때 직접 미투리(삼, 노 등으로 만든 신)를 만들어 신었던 김형철 할아버지(88)는 작업실까지 만들어놓고 짚신을 삼아 장날이 되면 볼거리로 내놓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진안굿을 쳐야 전주에서는 알아줬다"는 농악 이야기부터 A4 용지 40장에 달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전주공고를 졸업한 후 전북대 공대에 진학, 1기로 졸업한 정규화 할아버지(78)는 왜망실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최초의 인물. 지도까지 펼쳐 보이며 왜망실에서 일출이 좋은 일출암과 광산터였던 숯재, 굉장히 단단한 점토가 나오는 가마터 등을 짚어냈다.

 

김현갑 인후문화의집 관장은 "지금까지의 마을조사가 보고서 형식으로 자료로서 보관되는 데 그쳤다면, 지역 주민들의 입을 통해 회자될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었다"며 "자료를 책으로도 엮을 계획이지만, '전주시민한소리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판소리 '왜망실뎐'을 보급해 볼까 한다"고 말했다.

 

창작판소리 '왜망실뎐'은 12일 오후 2시 전주 아중리 왜망실 용계마을 세번째 모정에서 열리는 마을축제 '왜망실로 떠나는 가을소풍'에서 처음 공개된다. 극작가 최기우 최명희문학관 기획연구실장이 사설을 쓰고 젊은 소리꾼 이용선 최재구씨가 작창을 했다. 문의 063) 247-8800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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