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⑨드라마가 있는 음악 - 오페라

시·연극·음악·미술·무용 아우르는 '종합예술'

클래식 음악에서 대중이 쉽게 친할 수 있는 장르는 오페라이다. 오페라에는 극적 전개가 있는 이야기 즉, 드라마가 있고 연기가 있으며 의상, 무대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무용도 있다. 그래서 오페라를 시, 연극, 음악, 미술, 무용이 하나가 된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오페라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오페라는 보는 시각에 따라 전혀 새롭게 나타난 장르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원래 있던 연극, 춤, 독창노래 등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장르라고 하기도 한다.

 

오페라(Opera)는 '작품(Work)'이라는 뜻의 라틴어 '오퍼스(Opus)'의 복수형이다. 극적인 이야기를 여러 작품을 연결시켜 전개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음악을 위한 드라마(Drama per Musica)' '이야기가 있는 음악 작품들(Opera in Musica)'로 불리웠는데, 후에 '인 무지카(in Musica)'가 생략돼 오페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오페라의 선구적 장르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그리스 시대의 음악이 있는 연극이다. 중세시대에는 수도원이나 수녀원에서 신앙이 느슨해지지 않기 위해 기도실(Oratory)에서 행하던 기적극이나 신비극이 있고, 르네상스 시대에는 휴머니즘의 영향을 받아 좀더 인간적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세속음악 마드리갈(Madrigal) 연곡이 있다. 오페라에 직접적 영향을 준 장르는 인테르메디오(Intermedio, 복수형은 Intermedi)이다. 인테르메디오는 막간극으로서 연극의 막과 막 사이에 한 막이 끝났음을 알려 주기 위해 행하던 이야기와 합창, 독창, 기악, 춤, 의상이 있는 꽤 공들인 공연이었다. 아름다운 자연에서의 양치기 소녀와 목동의 사랑, 기사와 공주의 사랑 얘기가 주를 이뤘기 때문에 전원극(Pastorale fables)이라고도 했다. 이 인테르메디오가 큰 호응을 얻게되면서 독립적인 장르가 되었고 오페라로 이어진 것이다.

 

최초의 오페라는 카메라타의 일원이었던 시인 리누치니의 시에 성악가이자 작곡가인 자코포 페리가 곡을 붙인 <다프네> 이다. 이 곡은 교황의 부름으로 로마로 간 바르디 백작의 뒤를 이어 카메라타의 논의를 계속한 코르시 백작 궁전에서 1598년 10월에 공연됐다. 이 곡은 불행히도 일부만 남아있다고 한다. 1600년 경 페리는 리누치니의 전원극 <에우리디체> 에 또 곡을 붙였다. 사랑하는 에우리디체가 뱀에 물려 죽자 오르페오는 지하세계에 내려가 죽음의 신 하데스를 감동시키는 노래를 불러 에우리디체를 살려오는 내용인 <에우리디체> 는 1600년 10월 경 피렌체 공국 메디치 가의 공주와 프랑스 왕 앙리 5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피렌체에서 공연됐다. 이 곡을 최초의 오페라라고 하기도 한다.

 

한 아이디어를 창안했지만 그 창안자는 그 아이디어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했다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한 사람이 더 큰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오페라에서 몬테베르디가 그렇다. 페리를 이어 몬테베르디가 오페라를 작곡하면서 오페라는 비로소 대중의 큰 관심을 얻게 된 것이다. 베네치아 산 마르코 성당의 악장이기도 한 몬테베르디는 오페라의 극적인 부분을 색채있는 관현악과 함께 극대화하여 오페라를 아주 인기있는 음악 장르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몬테베르디를 오페라의 첫 위대한 작곡가라고 하기도 한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오페라들은 <팔리아치> <돈 죠반니> <라트라비아타> <칼멘> 등이어서 오페라는 고전시대쯤에 나타난 음악장르로 알기 쉽지만 사실은 이렇게 바로크시대에 나타나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가 있는 클래식 음악인 것이다.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정가극), 오페라 부파(Opera Buffa·희가극)의 변화로 이어지면서 오페라는 모차르트에 의해 그 위상을 한층 더 높였고 이태리, 프랑스 등 나라별의 다양한 형태인 베리스모 오페라, 그랜드 오페라들이 나타나면서 대중과 가장 친한 음악 장르가 됐다. 오페라는 대본에 의해 작곡하기에 언어에 배어 있는 민족적 특성이 나타나 더 사랑을 받은 것이다.

 

낭만시대 후기에는 바그너에 의해 또다른 새로운 오페라인 음악극(Music Drama)이 나타났었고, 오펜바흐는 대중의 흥미를 더 끌기 위해 파리의 캉캉춤이 가미된 오페레타라는 장르를 내놓기도 했다. 오페레타에서 힌트를 얻은 20세기 작곡가들은 뮤지컬이라는 새 장르를 내놓아 지금은 뮤지컬이 대중의 더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예술 공연의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는 문예진흥기금 배분을 위한 도 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 때 음악 분야에서 신청한 뮤지컬을 놓고 문예진흥기금 평가위원들이 뮤지컬은 연극 분야이지 음악 분야가 아니라면서 제외시키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에비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영국의 뛰어난 작곡가이다. 대본가가 아니었다. 뮤지컬은 오페라 장르의 한 분파인 것이다. 뮤지컬은 음악 분야에서도 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오페라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 공연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 고장에서는 비교적 많이 무대에 올려진다. 반가운 현상인가? 오페라는 캐스팅된 성악가의 발성 성음도 중요하지만 극의 진행을 알 수 있는 가사 성음의 분명함이 더 우선이다. 오페라의 드라마 진행을 환히 알 수 있어야 완성도 높은 오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극 음악 클래식인 때문이다.

 

우리 고장에서 무대에 올려지는 오페라 공연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의미있는 일! 공연을 관람하며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우리 고장의 음악 문화는 한층 더 성숙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오피니언피지컬AI와 에너지 대전환과 협업이 우리의 미래다

경제일반[주간증시전망] 기존 주도주 비중 확대나 소외 업종 저가 매수가 바람직

군산한국건설기계연구원, 미래 건설기계 혁신·신산업 육성 앞장

오피니언[사설]미래 핵심 에너지기술 ‘인공태양’ 철저한 준비를

오피니언[사설] 위기의 농촌학교 활력 찾기, ‘자율중’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