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사·방등산가·선운산가 등 5곡 소개
또한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고고학 자료 역시 충청도를 중심으로 발굴되었기 때문에 전북의 실상을 유물로 찾기는 매우 미약하다. 그러나 부여 등 옛 백제 땅에서 출토된 '금동향로'등은 당대 백제문화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준다.
고려사 악지에는 백제가요로 '정읍사'를 비롯해 '방등산가', '선운산가', '무등산가', '지리산가' 총 다섯 곡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고려사 악지에 나오는 백제가요는 악보나 설명이 없이 유래와 곡명만이 전해오고 있어 동시대 음악문화를 살피는데 한계가 있다.
더욱이 이 가운데 '선운산가'는 학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료의 빈곤에서 비롯되어 그것을 단서로 하여 백제가요의 양상을 살피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섯 곡의 백제가요 중 전북지역에 해당되는 곳은 '정읍사'를 비롯해 '선운산가'와 '지리산가'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곡을 보여준다. 그만큼 백제시대에도 전북의 전통문화가 화려하게 꽃피고 융성했던 점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선운산가'는 정역에 나간 남편이 기한이 지나서도 돌아오지 않으므로 선운산에 올라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이 가요는 백제 여인들 사이에 널리 불리어졌던 종교적 망부가로서, 삶의 고통스러움과 시대 상황에 대한 풍자가 담겨져 있다. 그리고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이 노래가 불리어진 지리적 공간, 특히 선운산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운사는 24처의 굴이 있어서 원시 고유 신앙과 연결된 축술적 기원의 비나리적 성격이 이 노래를 지배하였으리라고 생각된다.
국문학자 조재훈 박사는 백제가요에 대해 "평민성, 저항성, 윤리성, 정한성을 담고 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이러한 백제가요는 한국가요의 원류가 되어 그 섬세한 정서와 한의 정감이 고려와 조선시대에 흘러 현대시가에도 닿아 있으며, 판소리계 소설과 음악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국악의 본향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전북의 수많은 국악단체들은 이제 백제가요를 새롭게 해석하고 전승되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백제가요를 고전만이 아닌 오늘에 살아 숨 쉬는 현대적 전통음악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작곡과 공연, 그리고 노래로 승화시키는 방안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수 천년의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 지역에서 우리만이 간직한 소재로 전통음악이 새롭게 복원하는 것도 현재 국악인들의 사명일 것이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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