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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이재 거문고 - 호남 천재 실학자 황윤석 가문 대대로 내려온 명금

국립전주박물관 소장…"악이 지나치면 방탕해진다" 명문도

 

거문고는 무릎 위에 길게 뉘어 놓고 연주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악기로, 궁중음악과 선비들의 풍류방 음악의 대표주자다. 그리고 전문 연주가의 독주악기로 전승되었다. 오른손에는 술대를 쥐고 현을 쳐서 소리를 내고, 왼손은 공명통 위에 고정된 괘를 짚어 음정을 얻는데, 그 소리는 웅숭깊고 진지하기만 하다. 이렇게 묵직한 거문고의 소리는 문인화가 그린 것처럼 지적인 남성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선비들의 생활공간에서 머물렀던 그 인연의 흔적이 소리의 형상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거문고 소리가 선비들의 서실에서 퍼지는 은은한 묵향이나, 한 여름날 소나무 숲을 지나 온 서늘한 송풍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거문고에 축적된 문화의 상징에 공감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거문고는 전라북도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연륜이 있고 내력이 기록된 명금이다. 호남의 천재 실학자였던 이재 황윤석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온 이 거문고는 뒷 판의 명문을 통해 그 내력을 알 수 있다. 이 거문고는 지리산의 석상에서 폭포와 번개와 불 등 삼절이 만나서 탄생된 것이다.

 

원래 두 조각이었지만 하나는 중국으로 들어가 명금이 되었고, 다른 한 조각은 남원의 월곡 정씨댁에 소장되어 있었다고 한다. 남원 정씨댁은 이재 황윤석의 처갓집이었다. 이곳에 보관되어온 재료를 이재 가문에서 요구해 거문고 원판으로 사용했고, 후판은 한라산에서 구해 와 완성했다.

 

특히 황오익은 유학자이면서 거문고 연주자로 이 거문고 재료를 전주의 김명칠에게 거문고를 제작케 하였다. 제작자 김명칠은 제금 등 당대 최고의 악기제작자로 유명세를 떨친 인물로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악기장이 만나서 빚어낸 명품이 바로 이 거문고가 되는 셈이다.

 

더욱이 명문에는 "물건은 사람에 의해 그릇이 되고 사람 또한 물건으로 내세에 이름이 오르게 되니 사람과 물건은 서로 얻는 것이라 하겠다. 나 역시 후손에 참여해 있는 사람으로서 선자에 대하여 기술하기를 바라니 이것이 어찌 황당한 일이라 하겠는가! 옛 성현의 가르침에 '예가 지나치면 어긋나고 악이 지나치면 방탕해진다'는 말이 있으니 너희들은 이것을 경계하고 경계하여 혹시라도 넘치거나 소홀함이 없도록 하라"고 적혀있다.

 

또한 말기에는 "계묘년 단양월에 5대손 종윤(1858-1911)이 적고 못난 후손 욱(旭)이 삼가 쓰다"고 기록돼 있다.

 

시대를 초월해 빼어난 재질의 거문고 재료를 명장의 손으로 탄생시킨 이 거문고는 비록 시공을 초월해 박물관 전시장에서 일반인을 만나고 있지만 전북 지역의 선비들이 덕목으로 거문고를 연주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백악지장' 거문고의 음악성을 다시 한번 듣는 듯 하다.

 

/전북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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