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년 고창에서 태어나 1884년 작고한 조선 후기 판소리의 이론가이자 후원자가 바로 신재효다. 신분 상승을 꾀하면서도 한시가 아닌 판소리에서 정신세계를 찾은 그는 판소리를 즐기는 동시에 자신의 넉넉한 재력을 이용하여 판소리 광대를 모아 생활을 돌보아 주면서 판소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특히 신재효는 판소리사에서 동편제와 서편제의 장점을 조화시키면서 판소리의 청각과 시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점을 강조한 당대의 뛰어난 예술가였다. 진채선 등의 여자 광대를 길러 내어 여자도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며, 춘향가를 남창과 동창으로 구분하여 어린 광대가 수련할 수 있는 대본을 마련하기도 하여, 판소리의 다양화를 시도했다. 더욱이 이 땅에 광대가를 지어서 판소리의 이론을 수립하였는데, 인물·사설·득음·너름새라는 4대 법례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신재효가 한국 판소리사는 물론 문화예술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바로 판소리를 집대성한 신오위장본집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구성은 동창춘향가를 시작으로 여창춘향가·남창춘향가·심청가·적벽가·횡부가·토별가·박타령·치산가·오섬가·허두가·성조가·호남가·갈처사십보가·추풍감별곡·도리화가)·어부가·광대가·방아타령·권유가·명당축원 등의 노래를 수록했다는 점에서 서민문학의 귀중한 보물과 같다.
특히 교육자로서 당대의 명창을 배출했고, 기록으로써 판소리의 지평을 열었던 신재효의 역작이기도 한 이 고서는 6책, 필사본으로 구성돼 있으며 서울대학교 도서관 등에 있다. 또한 1969년 연세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에서 영인·간행한 바 있다. 신오위장이란 신재효가 제수 받았던 관직명이다
소외당한 민중의 편에서 울고 웃었던 당대를 빠짐없이 기록해 놓은 고서적은 판소리뿐만 아니라 낡은 체제를 무너뜨리고 새 세상을 열고자 했던 시대의 선각자 신재효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명저이기도 하다.
신재효 전집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이 책은 판소리의 형성과 발전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전북의 땅에서 전북인이 혼으로 빚어낸 노작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까지 판소리의 바이블로 존경받고 있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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