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행정 협력관계 중요 지적 / "을다운 을이 되면 된다" 주장도
지난 19일 (사)마당이 '전북 문화인, 문화계의 갑을관계를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연 수요포럼에서 최주연 익산문화재단 예술지원팀장은 "예전에는 공무원들하고 멱살잡이까지 하며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문화예술 업무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입장에서 살펴 보면 당시 행정·회계 처리 등 기본적으로 해줘야 할 부분에 대해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을에 입장에 있다가 갑에 위치에서 보니 내가 공무원들이 했던 주문을 예술가들에게 하고 있더라. 하지만 예술가들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예술가 없이는 일이 진행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문화예술계에서 갑을관계를 형성할 수가 없다"고 했다.
김영현 전주영상위원회 기획홍보팀장도 "비영리단체나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게 갑은 시나 도일 수밖에 없다. 반면 보조금을 받아 집행하는 입장에서 예술인들에게는 우리들이 갑으로 생각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저 위에는 더 큰 갑이 있고, 그 사이에서 우리의 위치를 딱 갑·을이라 정의하기에는 애매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활발한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종대 사회적기업 '아퀴' 대표는 "일단 돈을 주는 사람이 갑이고 받는 사람이 을이다. 하지만 공공기관과 관계에 있어서는 그런 게 사실 없어야 되고 존재하면 안된다. 왜냐하면 공공기관은 문화예술단체들을 육성시켜야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싼 값에 공연을 세우려고 하면 자존심을 가지고 대항하면서 갑에 위치에 서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갑일 때도 있고 을일 때도 있지만 그런 관계를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정한 갑을 관계는 자치단체와 형성되기도 하지만 선후배 관계로도 형성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훈 군산 창작레지던시 '여인숙' 대표는 "그동안 관공서와 많은 일을 하면서 사실 갑을관계다 느껴질 일은 별로 없었다. 고민하고 싶은 부분은 내가 원치 않게 을이 됐을 경우다. 그게 어떤 기관이 아니라 지역 사회에서 선후배 구조나 아니면 조금이나마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한테 언제나 을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먹고 살려고 보니까 어쩔 수 없는 선후배 관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지금은 스스로 갑을관계를 안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슈퍼 갑'인 자치단체를 제외하면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갑과 을의 위치를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데 공감하면서 서로의 위치에 대한 존중이 선행 돼야 남양유업 사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욱 전주공예품전시관 실장은 "갑과 을의 관계는 을에 있는 예술인들이 을다운 을이 되면 된다. 갑이 없으면 을이 못 산다면 갑을 잘 활용해야 된다. 관과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협회를 만들어 나름의 권력을 형성해 사업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등을 통해서다. 또 갑도 을에게 큰 얼개만 제시하고 세세한 부분은 자율에 맡겨줘야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