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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우울증

▲ 한명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道 정신보건사업지원단)
오늘 하루도 대한민국에서는 약 4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37분에 한 사람,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우리나라에서 오늘도 벌어지고 있는 자살 현황에 관련된 이야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약 16만 명에 이른다. 우리는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등이다. 우리가 자살과 생명존중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이다.

 

자살을 감행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왕따’를 당하거나 성적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학생들이 자살한다. 취업을 못 하고,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하면서 비관하여 자살한다. 잘 나가던 유명 연예인이 자살하고 기업 총수, 심지어 대통령도 자살한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내용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60~72%,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80%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 가운데 80~90%는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추정된다는 사실이다. 이 정도라면 자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우울증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울증을 앓게 되면 우울한 기분이 하루 종일 지속되고, 삶에 대한 흥미가 감소한다. 체중이 빠지거나 늘어나고,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오히려 무기력하게 잠만 자고, 초조하거나 피로감을 느낀다.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느끼면서 자책을 하고,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자살을 시도하거나 반복적으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이 9가지 증상 가운데 5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정신의학에서는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진단한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내가 정서적으로 우울감을 느끼는데 내 몸이 반응하면서 무기력한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내가 한심스럽게 느껴지고 미래가 암담하다는 부정적인 생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심한 경우 이 고통을 죽음으로 끝내려 한다.

 

우울증의 발생에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우울증은 대뇌 신경계통의 기능 이상 또는 대뇌 구조의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대뇌에 있는 세로토닌, 노르에프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에 빠지면 우울증이 발생한다. 신경전달물질을 조화롭게 회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울증의 치료이다. 그리고 우울증 치료에서 근본이 되는 요소는 항우울제, 즉 약을 잘 복용하는 일이다. 우울증은 치료하면 80%~90%가 완치된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니까 긍정적으로 생활하면서 의지를 굳건히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가벼운 우울감은 생활 습관이나 환경을 개선하면서 극복할 수도 있지만, 우울감이 심해져서 우울증에 이르게 되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여기부터는 마음의 병이 아니라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진 뇌의 병이다. 우울증이 심해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용기를 가지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라는 식의 말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치료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생명은 천하보다 귀하다. 우울증이 걸린 사람은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우울증이라는 병이 생긴 것도 아니다. 치료하면 완치 될 수 있는 병 때문에 천하보다 소중한 생명을 버리는 행동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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