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작 통해 원칙 고수
말로만 듣던 그림을 눈으로 확인하는 설렘의 기회. 세계적인 작가들 작품이 도내를 찾았다. 미술사의 주요 장면을 구성하고 있는 명화들이다. 지면을 통해서 보았던 작품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던 기억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떨린다.
2년 전 ‘나의 샤갈, 당신의 피카소’에 처음 오게 된 세계 거장들은 일단 기대감을 채워 주긴 했었다. 아쉬움도 있었다. 전시 구성에서 판화 작품이 다소 많았다는 점이 그랬다. 이번에는 다르다. ‘열정의 시대, 피카소부터 천경자까지’에서는 주로 유화 작품으로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인상파의 대표작가 모네 작품이 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인상주의의 처음이자 끝일만큼 중요한 작가다. 그의 작품에서 ‘인상주의’라는 말이 나왔고, 인상파 화풍도 그의 그림으로 가장 쉽게 설명된다. 특히 여러 종류의 연작(시리즈)은 빛이 다른 조건에서 같은 소재를 반복해 그린 것으로, 인상주의를 설명할 때 좋은 예가 되고 있다. 아침과 한낮과 저녁, 흐리고 맑은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을 그림 속에 담은 ‘루앙성당’ 연작은 모두 40여점에 이른다. 이번 도립미술관 특별전에 전시된 작품 ‘워털루 다리’(1902)도 그런 시리즈 중의 하나다. 모네의 연작은 그 외에도 포플러, 곡식더미, 템스 강, 수련 등 종류도 다양하다.
다른 화가들과 달리 죽을 때까지 모네는 인상주의 원칙을 고수했다. 그 중 원숙기에 놓이는 작품들이 그가 ‘런던들’이라고 불렀던 일련의 작품들과 ‘수련’이다. 1899년부터 1904년에 걸쳐 3번 영국을 방문하며 그린 템스 강, 워털루 다리, 체링크로스 다리, 영국 국회의사당은 방대하고 다양해 모네 연작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이국적 색채와 낭만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인상파에 영향을 미친, 빛이 흐르는 ‘노예선’을 그린 영국화가 윌리엄 터너처럼 그도 워털루 다리에서 빛과 안개로 가득한 대기를 그렸다.
명확한 형태, 빛나는 피부색을 위해 사라져야 했던 작가의 필치, 심원을 바라보듯 고양된 포즈는 더 이상 요청되지 않았다. 모네와 인상파에 이르러 아틀리에 속의 어둡고 검은 색으로 가득한 고전주의 자연은 명을 다했다. 순간적인 인상과 같이 즉흥적이고 붓질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원색들이 대신 그 자연을 채웠다. 인상주의 이후 미술은 이제 고흐의 빛나는 터치와 야수파 마티스의 주체할 수 없는 원색의 향연에 빠져들게 된다.
최형순(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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