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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근현대 미술사 ⑤ 디에고 리베라

입체주의·멕시코 화풍 선보여

▲ 전북도립미술관 특별전 ‘열정의 시대, 피카소부터 천경자까지’에 전시된 디에고 리베라 作 ‘오렌지’.
중남미 미술을 세계에 알린 첫 번째 작가, 디에고 리베라. 그의 작품으로는 거대하고 위풍당당한 영웅적인 사람들과 멕시코의 역사가 새겨지곤 했던 벽화를 우선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리얼리즘의 힘이 가득한 멕시코 벽화운동을 미술사에 드러내었던 그였다.

 

그의 배우자 프리다 칼로는 또 어떤가. 미간을 가득 메운 짙은 눈썹과 강렬한 눈빛의 자화상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담았다. 그것은 오늘의 여성이 투쟁하고 발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페미니즘의 상징으로 세계인의 심장에 각인되어 있다.

 

‘프리다’라는 이름에 깃든 ‘평화’라는 뜻과 달리 그 인생은 전쟁터였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쓴 디에고와의 사랑과 결혼은 숱한 상처를 남겼다. 영화 ‘프리다’의 광고카피처럼 “그들의 만남은 가장 큰 사고이자 최대의 축복이었다”. 그런 그녀의 우상이던 거장 디에고 리베라였으니 그 마력을 상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번 전북도립미술관 특별전 ‘열정의 시대’에 나온 디에고 리베라의 그림은 큐비즘 작품이다. 이를 통해 20세기 미술에 입체파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다시 한 번 살필 수 있다. 입체파 형성에 영감을 준 세잔은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불린다. 입체파 이후 미래파, 절대주의, 구성주의, 순수파, 신조형주의 등 수많은 예술운동들은 모두 입체파에 빚지고 있다. 그리고 또 샤갈 같은 서정적인 작가나 모더니즘과 대척점에 설만한 다다(Dada)의 뒤샹, 그리고 이 디에고 리베라 같은 벽화운동 작가에 이르기까지 입체파시기를 거친 거장도 한둘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작가의 입체파시기 뿐만 아니라 입체파의 미술사적 중요성도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오렌지’라는 작품 제목은 오른쪽 가운데 넓은 그릇에 놓인 오렌지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둥근 오렌지 모양의 윤곽선은 실루엣처럼 다른 물체로 연장되어 있다. 그 실루엣은 그림 여기저기서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입체파의 ‘평면성’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세잔에서 영감을 얻은 피카소와 브라크가 처음 입방체를 그린 것은 맞다. 그로부터 입체파란 명칭도 붙었다. 그런데 입방체의 기초단위인 면, 그 평면이 그림의 주제가 되기 시작한다. 결국 색종이를 오려붙인 것 같은 평면으로 구성되는 그림, 그것이 성숙한 입체파 양식이 되기에 이른다. 모더니즘이 회화의 본질로 평면성을 주목할 때 입체파부터 언급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개념화, 추상화, 단순화되는 모더니즘의 행보를 입체파가 축약해 보여주었던 것이다.

 

탁자에 펼친 보자기 위로 그릇에 놓인 오렌지와 병, 상자 같은 함이 하나의 정물화를 이루고 있다. 멕시코 벽화운동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의 1910년대 파리 시절과 그의 입체파 화풍을 읽기에 손색없는 작품이다.

 

최형순 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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