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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 삼인삼색 영화 '삼례' 촬영장 가보니…

완주 삼례읍 소재 감독 지망생 이야기 담아 / 주민·상인이 배우로…영화 98% 전북지역 촬영

▲ 전주국제영화제 삼인삼색 가운데 한 편인 영화 ‘삼례’의 제작현장을 공개한 25일 완주군 삼례읍 한 식당에서 제작진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 추성수 기자

“조용, 액션!”

 

조명·음향 기기와 카메라 등을 다루는 약 30명의 제작진의 눈길이 남녀 주인공의 몸짓에 집중했다. 여자 주인공이 성당의 마당에서 문을 향하자 남자 주인공이 안에서 나오고 둘은 계단에서 마주선다. 남자 주인공이 양손으로 여자 주인공의 팔뚝을 잡자 갑자기 웃음이 보였다.

 

이내 “한 번 더 가겠습니다”라는 말에 조연출의 “레디”가 이어지고 촬영의 시작을 알리는 슬레이트(slate) 마주치는 소리가 다시 긴장을 불렀다.

 

이번에는 감독이 모니터를 보며 “컷!오케이”를 외쳤다.

 

원거리 장면의 촬영이 끝나자 근거리 촬영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제작진이 분주히 움직이며 기기들을 다시 배치하고 리허설을 했다. 모니터에 집중하던 감독은 “한 계단 올라가세요. 카메라 감독은 앵글 내려주세요”라고 주문했다. 감독 옆자리에서 진행 상황을 정리하는 스크립터(scripter)는 감독의 지시를 전달하고 “액션”과 “컷”이 반복됐다.

 

25일 전주국제영화제의 제작 프로젝트 삼인삼색 가운데 1편인 영화 ‘삼례’제작진이 제작 현장을 공개했다. 이날 촬영은 완주군 삼례읍의 성당과 식당에서 이뤄졌다. 식당에서 백반을 시키는 남자주인공 승우(이선호 씨)의 모습과 성당 앞에서 여자 주인공 희인(김보라 씨)과 만나는 장면이었다.

 

영화 ‘삼례’는 영화감독 지망생이 삼례에서 만난 소녀로부터 공허와 갈증을 해갈하는 이야기다. 삼례를 소재로 삼아 시간과 공간이 교차되는 실험적인 영화라는 설명이다. 1억 원의 예산으로 지난 4일부터 촬영을 시작해 이번 달 말 끝난다.

 

이현정 감독(45)은 지난해 3월 삼례문화예술촌 VM(브이엠)아트 미술관에서 자신의 미디어아트 작품 전시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후 다시 방문해 영화 ‘삼례’의 시나리오를 썼다.

 

이 감독은 “삼례는 과거를 품은 채 많은 에너지를 지닌 곳이라고 여겨 선택했다”며 “과거, 현재, 미래가 영화 속과 밖인 실제 삼례에서 섞이는 재미가 있는 한편 내용은 현재 삼례의 고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선호 씨(35)는 “지난해 삼인삼색에 참여했던 신연식·박정범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데 올해 그 주인공이 돼 자랑스럽고 책임감이 크다”며 “개성있는 작품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설렘을 전달하고 싶다”고 보탰다.

 

이 작품은 분량의 98%를 삼례를 비롯한 도내에서 찍으면서 주민참여형이 됐다. 영화의 버스, 성당 장면 등의 주민을 실제 주민이 연기하면서 영화 자체가 다큐멘터리 성격과 허구성을 모두 지니게 됐다.

 

이날 촬영이 이뤄진 식당은 제작진의 단골이며, 주인 가족은 주요 엑스트라다. 설에는 음식을 나눴고, 연휴를 맞아 모인 친척까지 15명이 성당에서 기도하는 장면을 찍기도 했다.

 

삼례 토박이인 향우식당 주인 한민정 씨(42)는 “제작진이 장소 섭외를 요청하길래 소규모 인원으로 만드는 줄 알고 수락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줄 몰랐다”며 “같은 장면을 오른쪽 왼쪽, 멀리서 가까이에서, 남자 주인공 중심으로 다시 여자주인공 중심으로 계속 찍는 걸 보면서 성질 급한 사람은 못할 거 같았다”고 들려주었다.

 

한 씨는 이어 “영화에 우리 식당이 예쁘게 나왔으면 좋겠고, 영화제 때 식구들과 모두 관람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정해진 예산에서 고품질의 장비에 중점을 두고 제작하다 보니 제작진이 힘에 부치지만 도움을 주는 배우와 주민의 응원·협조로 원활히 진행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영화는 삼례를 중심으로 채석강, 만경강 등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상당수 야외에서 작업을 하다보니 제작진은 길가의 오토바이 소리, 개 짖는 소리 등 사후 조절이 가능한 여건뿐 아니라 자연의 변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감독은 “세트가 아닌 곳이어서인지 매일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한다”며 “6시간마다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는 채석강 인근의 해식동굴에서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간과 동시에 겨우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장편으로 전환한 삼인삼색은 올해 ‘삼례’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출신 벤하민 나이스타트 감독의 ‘엘 모비미엔토’, 김희정 감독의 ‘설행’이 다음달 30일부터 5월9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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