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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뿌리가 '집집마다 뻗어 있는' 마을로…

정양 시인과 떠난 문학기행 / 100여명 참가 김제지역 탐방

▲ 지난 9일 정양 시인과 함께하는 문학기행에 참가한 문인들이 정 시인의 고향인 김제시 공덕면 은행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김제시 공덕면 마현리 당산나무인 은행나무 아래 ‘글 좀 쓴다’는 작가 100여명이 모였다. 유강희 시인이 정양(75) 시인의 시 ‘은행나무 배꼽’을 낭송하는 순간, 정 시인이 제자 박성우 시인과 모습을 드러냈다.

 

전북작가회의(회장 김병용)와 우석대 문예창작학과(학과장 곽병창), 출판사 모악(대표 김완준)이 정 시인의 시집 <헛디디며 헛짚으며> 발간을 기념해 시인의 고향을 둘러보는 문학기행을 마련했다. 기행에는 곽병원 김영춘 김제김영 김혜원 박예분 서홍관 송준호 임희종 정철성 작가 등 시인의 제자와 시인을 따르는 작가들이 참가했다. 기행의 길잡이는 시인을 아버지처럼 모시는 이병초 문병학 장현우 시인이 맡았다.

 

3년여 전 전주에서 경기도로 거처를 옮긴 시인과 기행을 함께 한다는 소식에 참가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격의없이 소탈한 시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가장 적극적이었고, 오랜만의 시집 발간이 반가운 팬들도 따라나서면서 예상보다 규모가 커졌다.

 

기행단을 마주한 노 시인의 첫 마디는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면서도 “고맙고 미안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독립운동을 하다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의 ‘빈 무덤’에서는 ‘형무소에 끌려가서 아버지는/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감옥에서 육이오를 맞았고/구사일생 목숨을 건져냈다는/그럴듯한 풍문도 아랑곳없이/인곤 난리 다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습니다…’낭송되는 시구절에 눈물을 삼키기도 했다.

 

<조선창극사> 를 쓴 정노식 선생과 진묵대사의 이야기가 담긴 시 ‘불갯마을’과 시인이 “좋은 시”로 꼽는 ‘지평선’이 낭송될 때도 감회로 말을 잇지 못했다. 시인은 “치매 걸린 친구가 봄 밤에 택시를 잡아타고 고향에 가자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최근에 그 내용을 시로 썼다”며 “고향이 더욱 그리운 봄날에 고향 꽃구경을 시켜줘 더욱 행복하다”고 했다. 시를 쓰는 후학들에게는 “쉽게 쓰라”고 전했다. “쉽게 읽으려고 보는 것이 시 인데, 어려우면 읽겠느냐”면서 “공감을 얻으려면 쉽게 쓰는 노력을 하라”고 당부했다.

 

곽병창 우석대 교수는 “시인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후배들이 시인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대상인 고향을 함께 둘러보기 위해 마련한 기행”이라고 소개했다. 이병초 시인은 “번거롭다며 고사하는 선생님에게 떼를 써서 마련한 자리인데, 선생님을 그리워한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제김영 시인은 “시인은 의식 있는 지식인의 표상 같은 분”이라며 “특히 작품 속에 김제지역의 향토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 깊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공덕면에서 시작된 기행은 망해사와 금평저수지 등 시인의 시를 되짚는 여정으로 진행됐으며, 출판기념회를 겸한 뒤풀이로 마무리됐다. 출판기념회에는 이종민 이병천 신형식 안도현 박두규 박남준 작가 등도 함께 했다.

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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