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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전북지역 옥시 대리점의 절규

파문후 매출 약 75%나 줄어 / 본사서는 재고 반품 안받아 / 직원 8명 월급 주는게 큰 걱정

▲ 시민사회단체에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30일 옥시 제품 전북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지형 대표가 불매운동으로 창고에 쌓여 있는 제품을 정리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2016년 5월은 (주)옥시 레킷 벤키저(이하 옥시) 전북대리점 이지형 대표(54)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붙였다.

 

‘가습기 살균제’파동에 휘말리면서 갖은 비난을 받았고, 성난 국민들의 옥시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하필이면 생활용품이 불티나게 팔릴 5월에 닥친 이같은 시련에 이 대표는 충격과 자책 속에 추가 제품 공급을 본사에 신청하지 않았다. 말문도 닫았다. 스스로 죄인이 된 것처럼 조용히 지내왔다.

 

30일 전주시 덕진구 성덕동 옥시 전북대리점에서 만난 이 대표는 흔들리는 눈으로 공장 안에 쌓여 있는 옥시 재고품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힘겹게 입을 뗐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고 유통한 업체와 이를 방관한 정부 모두 분명히 잘못됐죠. 빨리 수습을 해야 했는데, 여러 방면으로 문제들이 곪다가 결국 터졌죠.” 대학을 졸업한 지난 1988년부터 20년간 옥시에 근무한 이 대표. 젊은 시절 일에만 매달려 비교적 빨리 지점장으로 승진하면서 ‘총각 지점장’이 된 그는 휘파람을 불며 신나게 일했지만, 지난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속에 명예퇴직자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원치 않게 회사를 떠난 그는 이후 일반식품회사에서 일하다 지난 2011년 친정 회사로 돌아와 지금의 옥시 전북대리점 대표를 맡았다.

 

8명의 직원을 둔 이 대표는 군산과 익산을 제외한 전북지역 소매점에 옥시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대리점의 월 매출은 적게는 1억1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5000만원 가량 되는데, 손익분기점 매출이 1억1000만원 선이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지면서 월 매출이 4000만원 까지 추락했다. 2016년 5월의 일이다.

 

“현재 옥시 제품을 찾는 소매점이 전혀 없어 영업사원들은 인센티브(추가 수당)없이 기본급만 받고 있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이 대표는 물론 직원들도 경제적 어려움이 닥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대표는 대리점 직원들에게 “옥시 제품을 반품하려는 소매점은 무조건 승인해주라”고 당부하고 있다.

 

“윽박지르며 ‘당장 옥시 제품 반품해줘요!’”라고 선언한 소매점도 일부 있었다. “영업사원들도 왔다 갔다 하다 진이 다 빠져 너무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그러나 더 큰 고통은 따로 있었다.

 

본사 측도 언론과 수사의 칼날이 파고들자 대리점에 쌓인 재고품의 반품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함께 다른 지역 대리점 관계자들은 옥시 본사 측에 찾아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물밑 조율을 시도했지만, ‘내 코가 석 자’인 옥시 본사의 상황을 보고 더 이상 묻고 따질 수 없다고 판단해 발길을 돌렸다.

 

그는 “아직 본사 측에서 대답이 없다”며 “지금 가장 큰 걱정은 우리 대리점에서 일하는 직원들 월급주는 것”이라고 했다.

 

팔리지 않은 옥시 제품으로 가득 찬 330㎡(100평) 남짓한 창고에서 이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분들께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며, 진상규명을 통해 사건의 진실이 철저히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들고 “그런데 이제는 우리도 또다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됐다”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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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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