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3인조' 재심 맡은 박준영 변호사, 스토리 펀딩 사흘만에 1억 목표 달성
“후원받은 돈으로 뭘 할 거냐고요? 우선 밀린 사무실 임대료를 내고, 나머지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써야죠.”
최근 ‘삼례 3인조 강도치사 사건’의 재심 사건을 맡은 변호사에게는 민망한 표현이지만, 굵직한 재심 사건을 무료로 변론해 자칭 ‘파산 변호사’가 될 뻔한 박준영 변호사(43)가 국민의 도움으로 법조계에 회생했다.
석 달 안에 1억원 모금을 목표로 지난 11일 인터넷 스토리 펀딩 사이트에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그는 사흘 만인 지난 14일 오후 목표치 1억원을 모금했다.
“ ‘삼례 3인조’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해남 무기수 김신혜’ 재심 사건 등을 무료 변론해 억울한 사람들은 누명을 벗을 기회를 얻었지만 박 변호사는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스토리 텔링 덕에 모금은 ‘대박’을 터뜨렸다.
16일 오전 현재 총 모금액은 1억2417만9260원에 이르렀다. 국민 3,347명이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결실이다. 그야말로 ‘박 변(辯) 열풍’이다.
스토리 펀딩은 박 변호사의 삶과 공익변호사로서의 활동에 관한 글을 읽고 공감한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박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들의 억울함을 풀고자 ‘삼례 3인조’ 등 여러 재심사건에 집중했는데, 그때마다 돈을 받지 않았다.
“돈 안 되는 사건만 맡는 것은 미친 짓”이라는 험담을 듣기도 한 그는 그때마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응수했다.
지난 2012년 수원시 원천동에 사무실을 임대한 그는 4년이 흐른 지금 월세가 열 달째 밀렸다. 박 변호사는 “작년부터 한두 달 월세를 못 주다가, 최근에는 연속적으로 미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때 변호사 2명, 직원 4명과 함께 일하기도 했지만, 지난 2014년부터 한 명씩 직원들이 나갔고 급기야 지난해 가을 자신을 뺀 모든 직원이 그만뒀다. 이제는 사무실 전화도 직접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그는 지난 2003년 사법연수원 연수 중 발급받은 1억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역시 지난달 꽉 채웠고, 자신 명의의 적금 역시 눈물을 머금으며 해지시켰다.
처가가 군산인 그는 아내와 100일, 6살, 9살배기 세 아들을 둔 가장이지만 무료 변론에 집중하다 보니 변변한 수입이 없어 갈수록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생활고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시름에 빠진 그에게 프리랜서 기자(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가 운명처럼 다가왔다. 스토리 펀딩에 해박한 박 기자의 도움으로 박 변호사는 작금의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그간의 활동과 성과를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다음 달에 의미있는 일을 계획하고 있거든요.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게시글을 통해 스토리 펀딩의 출사표를 던졌다.
“이미 1억2000만원을 넘어선 시점에서 11월 11일까지 목표액(1억원)을 상당히 초과할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박 변호사는 “소중한 후원금을 모두 빚을 청산하는데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나머지는 어려운 사람들의 무료 변론 활동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가계 빚이 어느 정도 있어야 긴장감이 유지된다는 박 변호사.
스토리 펀딩 사이트에는 ‘좋은 결과 소망해요!’ ‘끝까지 응원할게요’ ‘당신의 꿈에 저도 동참할게요’ ‘변호사님을 보면 아직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등 그를 응원하는 희망 메시지가 겹겹이 쌓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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