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시인 25년만에 시집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발간
지난 1982년 시 ‘사수의 잠’으로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박 시인은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 으로 잘 알려진 시인 장정일의 문학적 스승이기도 하다. 1991년 첫 시집 <숨은 사내> (민음사)를 냈고, 방송작가 등으로 활동하다 캐나다로 이민, 2002년 귀국해 충북 옥천에 터를 잡았다. 숨은> 햄버거에>
시집을 채운 신작 50편은 어육계장 꿩냉면 정구지김치 콩잎장아찌 청어과메기 등 고향을 추억하는 음식들로 꾸려졌다. 평안남도 맹안 출신 포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원주, 마천 등지를 떠돌았던 그의 독특한 정서가 녹아 질탕하고 아련한 맛을 낸다.
시집에서 단연 중요한 소재는 ‘옻’이다. 음식 문화에 담긴 삶의 궤적들을 탐구하면서도, 음식이면서 또한 음식이 아닌 ‘옻’의 문화사적 상징도 포착한다.
‘식당 문 열고 들어가면/ 서툰 솜씨로 차림표 위에 써놓은 글씨가/ 무르팍 꼬고 앉아, 들어오는 사람/ 아니꼬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옻오르는 놈은 들어오지 마시오.”// 그 아래 난닝구 차림의 주인은/ 연신 줄담배 피우며/ 억센 이북 사투리로 간나 같은/ 남쪽 것들 들먹였다.// “사내새끼들이 지대로 된 비빔밥을 먹어야지.”’( ‘맹산식당 옻순비빔밥’ 중)
‘옻’은 독성으로 인해 약효를 지니게 된 식물로, 독과 약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이끌어낸다. 이는 삶과 죽음, 남과 북의 역사적 관계로까지 확장되는데, 이들 역시 ‘옻순비빔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
손택수 시인은 “시로부터 저만치 멀어졌다가 다시 또렷하게 맺힌 언어의 기척이 아연 경이롭다”며 “분단과 실향으로 얼룩진 비애와 상처마저도 특유의 무뚝뚝한 어법으로 감칠맛 나는 요리가 되게 한다”고 말했다.
시집은 김용택, 이병천, 안도현 등 도내 중견작가 20여 명이 설립한 출판사 ‘모악’이 낸 두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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