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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아련한 추억…詩心으로 달래다…정동철 첫 시집 〈나타났다〉

소박한 삶 58편에 담아내

 

등단한 지 꼭 10년만에 시집을 들고 나타났다. 그것도 어렸을 적 아스라한 추억들을 들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들고, 또 새로운 세계를 배태하고 있는 ‘씨앗’들을 들고 나타났다.

 

정동철 시인 첫 시집 <나타났다> (모악).

 

2006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시 ‘전주철물점과 행복부동산 사이’,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 ‘허공 위에 뜬 집’, ‘아버지 소처럼 말씀하시네’가 당선된 이후 처음으로, 숲처럼 깊고 울창한 시 58편을 담아낸 시집을 들고 ‘나타났다’.

 

안도현 시인이 추천한 표제시 ‘나타났다’는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말이 기억에 오래 남아 쓰게 되었다며 고등학생 때 전주 남부시장으로 신발을 사러 갔었는데 할머니가 실제로 외면한 내용도 담았다고 밝혔다.

 

고향인 전주 서곡지역의 추억과 황방산에서 뛰놀던 시절들의 아스라한 시심들은 살아 숨 쉬는 것들에 대한 경배와 존엄으로 승화되었다. 그래서 곡진한 삶에 최선의 예의를 다하는 시 한 편 한 편이 뭉클하고 뜨겁고 육중하게 다가온다.

 

3연이지만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시 ‘마침내 나는 세상과 끊어졌다’( ‘폭설’ 전문)는 시인이 세상을 대하는 자아상을 함축해서 보여준다.

정동철 시인에게 이 한 문장은 세계의 시간과 공간을 구축하는 근원이자 시집 <나타났다> 를 관통하는 시적 영감이다. ‘마침내’라는 시간 요소와 ‘세상과 끊어졌다’는 공간 요소를 결합시켜서 ‘나’는 하나의 우주적 세계를 구축한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시적 세계를 창조해내는 ‘인간의 의무’를 수행한다.

 

시인은 날카롭고 적확한 시어들로 우주적 세계를 촘촘하게 짜내고 있다. 성긴 마디 없이 충실하게 짚어내는 ‘언어의 책무’는 시집 <나타났다> 의 시편들마다 고유하고 개성적인 목소리를 부여해놓았다.

 

시집 <나타났다> 는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주로 유년기의 삽화들을 ‘폭설’의 이미지에 겹쳐놓았다. 폭설 속에 갇혀 있는 유년기가 현재 시인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무의식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1부의 시편들은 시인의 시적 지향점을 짐작하게 한다.

 

2부의 시들은 ‘가난함’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진다. ‘전주철물점과 행복부동산 사이’가 보여주듯 소박한 삶과 가난한 것들을 대하는 시인의 순수하면서도 촉촉한 시적 정서를 만날 수 있다.

 

3부에는 ‘시’라는 새로운 세계를 세상에 새겨나간다. 시인은 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폭발의 가능성과 함께 스스로를 해체하는 갱신의 삶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4부의 시편들은 순수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믿음을 담고 있다. 살아가는 일은 곧 미래의 ‘나’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정 시인은 시 ‘눈물다랑어’의 후반부인 ‘바다는 길이 없어 길 잃을 염려가 없다는데”라는 부분을 소개하며 “지난 10년동안 끊임없이 길을 찾아 왔다.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작품활동을 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정동철 시인은 1967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전북대를 졸업했으며, 군대생활을 제외하고는 고향 전주를 떠나본 적이 없는 토박이다. 2014년 작가의 눈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북청년문학회에서 활동했으며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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