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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귀촌

정연희

▲ 그림=권휘원

귀가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멀고 가까운 말들도

 

촌에서는 하나로 연결된 귀가 된다

 

귀걸이처럼 빛나는 소문들

 

귀가 제일 빠른 곳은 촌이다

 

특용작물을 심은 노총각의 이야기, 젊은 며느리와 늙은 시어머니와 다국적 갈등, 파리 한 마리와 한나절을 놀았다는 과부댁, 허리가 점점 늦가을 풀포기처럼 구부러지는 재 너머 노인, 합죽의 입 꼬리에서 뛰어오는 손자들 부러운 마음 감추고 듣는 독거노인들 이야기가 점심 물린 마을회관에 가득하다. 토지수용 소문에 동네가 술렁이고 쇠약한 용돈을 먹고 약장사가 지나가고 나면 촌에는 보일러 공기구멍에 집을 짓는 새와 부엌이 놀이터인 쥐가 퍼트리는 소문이 있다

 

반상회가 끝난 자정 무렵

 

민화투 점수로 오고가는

 

소문의 끄트머리들이

 

텅 빈 까치집으로 들어간다

 

폐가는 집 비운 소문으로 흉흉하고

 

논두렁에는 논두렁 소문이 길게 늘어나고

 

어쩌다 주춤했던 귀들도

 

오일장 다녀 온 뒤로 다시 무성해지는

 

이발관 그림 같은 풍경에 뛰어든 사람들

 

밤이 빨리 찾아오는 촌 풍경에

 

바쁜 귀가 몰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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