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 작은 텃밭 하나 있다. 겨울 부침거리 욕심에 배추 몇 포기 심어보았다. 손바닥만 한 공간에서도 일조량과 토질의 차이가 있는지 성장도 볼품없고 크기도 제각각이다. 거름도, 농약도 마다한 것처럼 미립도, 육감도 부족한 길이었을까. 아침마다 뽀얀 서릿발을 뒤집어쓰고 있는 터앝을 볼 때마다 외진 응달처럼 못다 채운 자양분에 스스로를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오늘은 자꾸 눈길이 간다. 내 이랑에도 숨겨진 씨알 하나 움트나 보다.
낯선 이민생활에서 정체성 찾기로 시작한 글쓰기였다. 지연도, 혈연도, 학연도 없는 곳에서 세상에 오직 혼자였다. 내가 누구인지 미처 내가 몰랐다. 살아내기 위해서는 소멸되어가는 나부터 건지는 일이었다.
당선이 기쁘기 그지없다. 아람 벌어져 굵다란 밤송이 하나 손에 쥔 것 같다. 무엇을 써야할지, 어떻게 가야할지 비로소 지도와 나침반을 얻은 느낌이다. 전북일보 신춘문예가 참신하고 도전적인 작가 등용문인 것을 알기에 그 이름값을 하지 못할까 봐 벌써 두려움이 앞선다.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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