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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김이흔, 그림에세이 〈누에〉 출간

유년시절 누에 치며 느낀 삶의 깨달음 진솔하게 써

 

‘고치 속에 들어 있다 해서 진짜 죽은 건 아니다. 그것은 보다 긴 잠의 연속일 뿐이다. 고치 속에서 누에는 나방이 될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날개가 돋는 자신을 보고 있는 지도, 자기를 알게 되면 마음의 눈이 생긴다. 전체를 보게도 되고, 듣게도 된다.’( ‘누에’중)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자이자 지역에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이흔(본명 김형미) 작가가 그림에세이 <누에(nu-e)> (교음사)를 출간했다.

 

잠업이 흥했던 부안에서 유년 시절 직접 누에를 쳤던 김 작가가 누에를 관조(觀照)하며 느낀 삶의 깨달음들을 글과 그림으로 담은 책이다.

 

“오래 전에 3년 정도 칩거 생활을 할 때가 있었어요. 매일 일기를 썼는데 의도하진 않았지만 누에에 관한 글이 많았죠. 누에는 굉장히 재밌는 동물이거든요. 강한 빛이나 바람, 시끄러운 소음도 싫어하고 깨끗한 곳에서만 살아요. 허물을 벗을 땐 주욱죽 소나기 소리가 내리곤 했고요. 지쳐서 무의식적으로 글을 쓸 때 언제나 머릿속을 맴돌던 누에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나를 누에라고 생각하면서 썼어요.”

 

책에 담긴 상당수의 글과 그림이 그 당시 창작했던 것들이다. 짧은 일기 형식으로, 사람이 살면서 잊지 않아야 할 정신적인 요소들을 누에의 특성에 빗대 표현했다.

 

“총 11개 섹션으로 나누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글이에요. 내면의 성찰, 정신적인 것들이 옛날부터 화두가 돼왔지만 물질 만능주의가 돼가는 오늘날엔 더욱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누에는 눈이 없다. 언뜻 보기엔 있는 듯 보이지만, 무늬에 불과할 뿐 앞을 볼 수 있는 눈은 아니다. 어쩌면 누에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하늘에서 부여받은 것은, 진짜 자신의 눈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겪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십 번을 죽어도 죽어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누에’ 중)

그는 “올곧은 자신의 길을 향해 정진하는 누에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누에를 소재로 감성적인 글을 쓰는 것도 흥미롭지만 작업 과정도 특별하다. 누에를 치던 곳인 옛 잠종사에서 생활하며 책을 완성한 것이다.

 

조각조각 모아 놓은 글들을 그대로 두기 아쉬웠던 작가는 지난해 여름 글과 그림을 보완해 책으로 엮기로 결심했고, 지난해 9월 완주의 옛 잠종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한 ‘복합문화지구 누에’에 들어갔다. 그는 “공간 ‘누에’가 주는 영감뿐만 아니라 공간에서 머물고 있는 다양한 예술인들과 어울리며 많은 창작 에너지를 받았다”면서 “내 집필 활동과 걸맞은 행복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과 진주신문 가을문예 시 부문에 당선된 그는 불꽃문학상, 서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산밖의 산으로 가는 길> , <오동꽃 피기 전> 이 있다.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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